미국의 패권주의와 브레이크 없는 욕망

다음의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차지하는 나라, 세계 800여곳의 군사기지 보유국, 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에 개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라,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내정을 간섭해 온 나라,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며 맘대로 찍어낼 수 있는 나라, 국제형사재판소 비참여국, 정보를 얻기 위해 동맹국 도청도 개의치 않는 나라, 한반도에 세계 최대 군사기지를 가진 나라. 미국이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미국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얼굴을 한 나라다. 세계 인구의 5%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모든 언론에서 이 나라가 언급되지 않는 날은 없다. 오직 힘 하나로 오대양 육대주에 성조기를 휘날린다. 세계 최고 수준인 아카데미즘에 기반해 첨단 예술과 산업을 견인한다. 미국 정치계에 진출할 만큼 한국인들도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문화·종교가 뒤섞인 에너지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른다. 아메리칸드림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악의 축이야말로 미국이라며 핏대를 세우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미국은 무소불위의 국가라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노선은 ‘미국 우선주의’ 혹은 ‘미국 예외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방전쟁이라며 유엔 결의 없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침공해도 국제사회는 제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산업 특징인 군산복합체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적들을 만든다. 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 2000년대에는 테러, 지금은 중국·러시아를 패권 경쟁자로 삼는다. 동맹국들엔 편들기를 강요한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적은 자신이다. 공격 대상이던 후세인, 오사마 빈라덴, 알카에다, 탈레반은 미국이 후원한 사람이자 조직이었다. 인류의 집단자살 수단인 핵무기도 처음 만들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핵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각 나라는 자위권을 위해 앞다퉈 갖고자 한다. 이젠 보유수만큼이나 미국 자신에게도 겨눠지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덕에 맘대로 군대를 끌어들이고 사람을 죽여도 거의 무죄다. 1871년 강화도를 무력으로 침략한 이래,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의한 미·일 상호 간 필리핀과 조선의 식민지 승인, 1945년 해방과 독립을 강탈한 점령군 진출, 그리고 제주4·3을 비롯한 수많은 백성이 희생된 국가폭력의 배후는 미국임이 밝혀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듯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쏟아붓는 것은 자원 쟁탈을 위해서다. 2003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부시가 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미국의 군수산업과 석유회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미군기지는 외계인 침략을 방어하거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국가 미국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교두보다. 미국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을 쓴다.

노엄 촘스키가 <불량국가>에서 말하듯 미국이 말하는 자유는 인권과 관계가 없다. 패권 유지를 위해 비도덕적 상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투차량의 일부는 미국 포드사가 제조한 것이었다. 자크 파월이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에서 제시하듯 IBM, 스탠더드 오일, GM, ITT 등은 나치 독일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전범기업들이다. 그 뒷배를 누가 봐줬겠는가. 미국 패권주의는 오직 자신의 이권을 위한 것이다.

고작 250년 역사의 나라가 어떻게 상시적인 전쟁국가가 되었을까. 아메리칸 인디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미국은 이웃 나라 시민의 숱한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지원하거나 직접 참여해왔다. 염치와 절제를 잃은 미국의 폭주로 인류의 미래가 불안하다. ‘유네스코 헌장’ 전문에는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생기므로 평화의 옹호는 인간의 마음에서 건설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철학자 사르트르 식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욕망(실존)은 평화(본질)에 앞선다.

사회 질서를 제어했던 종교의 절대적 세계관이 무너진 근대 이후 서구문명의 한계, 그 자리를 자본과 힘이 차지해 약육강식의 야만성이 판치는 세상을 미국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만물을 화육시키는 천지의 도(道)와 덕(德)을 본받으며 평화를 갈구하는 한국은 허구의 가치동맹에서 벗어나 오히려 미국의 정신적 멘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에서 보듯 힘으로 쌓은 제국은 반드시 붕괴된다. 의식은 물론 정치·경제적으로 다원화되어 가는 지구촌에서 독불장군 미국은 점점 경원시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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