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공동의 시조인 단군 왕검이 민족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 생로병사를 초월하여 열반과 해탈을 얻어 중생들에게 희망을 전한 석가모니불의 탄생일인 부처님오신날, 인류의 모든 죄악을 대속하고 복음을 전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이 나란히 공휴일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여곡절의 역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의 종교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는 양날의 칼처럼 위험이 내재된 사회다. 어리석은 후손들은 성자들의 가르침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이용한다. 때로 종교인들은 이웃구제의 방편인 교단의 세를 불리기 위해 권력자들과 영합한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인류 연대가 성자들의 바람이지만, 종교는 국가와 공모하여 세상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종교의 각축장인 한국은 이러한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성탄절에 서울의 한 교회에서 “법학을 공부해보니 헌법 체계나 모든 질서, 제도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명과 질서가 예수님의 말씀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올해 4월9일 또 다른 교회의 부활절예배에서도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정 부분 일리 있는 말이다. 고대 제정일치사회가 그렇듯 종교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국가는 종교가 지향하는 세계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자유와 평등은 모든 종교가 열망하는 미완의 숙제다. 문제는 공인인 대통령의 이 발언이 과연 합당한가이다. 불교계는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언설의 과실이 세 가지라고 판단한다.

첫째, 헌법 전문과 조항 어디에도 헌법과 국가 제도가 종교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는 대목은 없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헌법 해석을 잘못했다. 국민의사의 총합인 헌법과 그 실행기관인 국가의 제도가 하나의 종교로부터 배태됐다면 국교에 가까운 발언이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확립된 나라로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청교도가 세운 미국과 달리 정통성을 갖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은 특정 종교인들의 의지로 만든 게 아니다.

둘째, 하위공무원들에게 종교 차별을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최고의 공적 지위다. 하여 24시간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인다. 그의 말 한마디는 120만명의 공무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건폭”이라는 신조어 한마디에 경찰·검찰 공무원들이 노조원들을 적대시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가재원을 국가제도의 기원인 기독교를 ‘성화(聖化)’하는 데 선별적으로 쓰지 말란 법이 있는가.

셋째, 그 언설은 이웃종교를 배제하고 있다. 헌법정신이 제시된 전문의 첫 부분인 “유구한 역사와 전통” 속에는 이 땅의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 살던 조상들의 혼도 들어 있다. 그리고 유교·도교·불교, 근대 5대 민중종교인 동학(천도교)·증산교·대종교·정역·원불교도 들어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종교중립의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2항 위반의 소지도 있다.

대통령의 대표적인 종교집회 참여는 기독교의 국회 조찬기도회다. 1965년 시작된 이 기도회에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 기도회에서 김준곤 목사는 쿠데타를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 했다. 1973년엔 10월 유신을 찬양하며 “전군신자화운동”이 “전민족신자화운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라 했다. 이를 모방, 서울을 비롯한 지방 도시들에 출현한 조찬기도회에 유력정치인과 공무원들도 참여한다. 개인의 종교 자유를 빙자해 이해관계가 성립하지 말란 법도 없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승인했던 불량한 종교집회로 출발한 기도회에 정치가들은 거리를 두어야 마땅하다. 그 반대의 결과, 이처럼 민주공화제의 헌법정신을 왜곡하는 행위들이 일어난다. 종교 간 갈등과 분열은 한순간 투쟁과 파괴로 돌변하는 것이 세계의 실상이다. 더 이상 역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종교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부처님오신날, 부디 국민을 한마음으로 통합하고, 종교의 공통 계율인 황금률을 실천하는 참된 정치인들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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