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반대에 5·18묘지 분향 못하고 입구에서 묵념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성명을 통해 “광주의 피와 눈물을 기억한다”며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광주가 쟁취한 민주주의를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5·18과 쿠데타만 빼면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고 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한 사과의 뜻과 다짐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입구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대체해야 했다. 피해 당사자들의 흔쾌한 동의를 얻지 못한 절반의 사과였다.

윤 후보는 이날 사과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윤 후보는 “개헌 때 헌법전문에 반드시 (5·18 정신을 담는 것이) 올라가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며 “광주항쟁을 허위사실과 날조로 왜곡하는 건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나마 광주항쟁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폭동이라고 주장한 보수야당의 대선 후보로선 진전된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5·18 정신의 헌법전문 반영’은 온전한 약속으로 보기는 어렵다. 5·18 정신의 헌법 반영은 광주시민의 바람이자 광주항쟁의 역사적 재평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이를 성명서에 넣지 않고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밝혔다. 여전히 지지층인 보수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여 유감스럽다. 5·18 단체들과 간담회를 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단체들이 거부했다지만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심으로 사과하려 했다면 간담회 성사를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다.

윤 후보는 “저는 쇼는 안 한다”며 “이 순간 사과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향후 행보를 통해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 7월 광주를 방문해 국민 통합을 외쳐놓고 이틀 뒤 대구에서 ‘민란’ 발언을 한 것과 같은 앞뒤가 다른 언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5·18 단체들과 대학생 등은 윤 후보의 추모탑 참배를 막았지만, 물리적 충돌은 자제했다. 광주시민들이 보인 이날 항의의 뜻을 윤 후보는 깊이 새기길 바란다. 또다시 5·18을 폄훼하는 일이 후보 자신이나 당에서 나온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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