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정, 거대 양당이 외면하는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6일 예고 없이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참사가 났는데 그대로 있기 죄송해 뵈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지 나흘 만에 선거운동을 사실상 재개한 것이다. 심 후보가 칩거에 들어간 이유는 분명했다. 지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캠페인의 주목도 역시 떨어졌다. 하지만 심 후보가 대선 현장에서 사라지자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왜 선거운동을 중단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심 후보가 잠적한 나흘은 진보정당이 왜 한국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이날 찾은 사고 현장 역시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가슴 아픈 곳이다. 광주 붕괴사고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때 시행됐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여론에 떠밀려 절충안을 통과시키기까지 단식농성으로 원안 통과를 호소했다. 중대재해법 사례만 보더라도 정의당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차별금지, 탄소중립, 성평등과 같은 진보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구체적 실현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렵더라도, 선거 과정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얻으면 언젠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제안해 결국 실현된 무상급식·기초연금·아동수당 등을 보라.

정의당이 시련을 겪는 이유는 외부에 있지 않다. ‘또 심상정’이란 말이 나올 만큼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느끼는 참신함이 떨어졌다. 조국 사태 때 ‘여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 심 후보는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17일 기자회견에선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넘어, 정의당을 선택할 이유를 유권자들이 납득하게 해야 한다. 정의당이 만들어갈 미래를 보여줘야 선택받을 자격이 생긴다. 기존 선대위가 해체하기로 한 만큼, 완전히 새로워진 비전과 실천행동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 땅의 노동자와 약자, 소수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정당을 갈망하고 있다. 정의당이 거대 양당에서 외면하는 ‘낮은 땅’으로부터 다시 일어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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