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뉴스들

이성희 정책사회부

요즘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른 사건이 보이는가 하면, 몇 달 전 벌어졌던 사건·사고가 유사한 형태로 또 발생한다. 최근 한창 벌어진 논란은 이미 몇 년 전 휩쓸고 간 이슈로, 당시 상황이 겹쳐지기도 한다. 뉴스를 매일 접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느끼는 이상함만은 아닐 것이다. 한 지인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인지, 어제 본 뉴스를 오늘 또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성희 정책사회부

이성희 정책사회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의 소식을 접했을 때 떠올랐던 이름이 있다. 고 이준서군이다. 이군은 직업계고에 다니며 기능반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촉망받던 고3 학생이었다. 이군은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의 죽음 뒤에는 지나친 메달경쟁과 성과 지상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최 선수가 감독과 선배 등에게 일상적으로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듯, 이군도 얼차려 등 신체적 폭력과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당해왔다. 선배들은 이군에게 친구의 정액을 먹이기도 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견뎌내야 할 정신 훈련과정처럼 강요됐다.

죽음 전후 두 사람이 겪은 과정도 비슷했다. 최 선수는 협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이군도 수차례 기능반을 나오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해자들과 학교 측은 하나같이 두 사람의 죽음을 가정불화 등 개인적 이유로 돌리고 있다. 메달과 성과를 위해 행해지는 구조적 폭력을 방치하는 한, ‘제2의 최숙현·이준서’는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당·정·청 혼선을 보면서는 2년 전이 떠올랐다. 그린벨트 해제는 사실 집값이 요동칠 때마다 등장하는 카드로, 당시에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립했던 사안이다.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던 김현미 장관도 여론에 떠밀려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했다. 주택 공급이 정말 부족한지에 대한 고민이나 연구는 없었으며, 주택이 불로소득을 위한 투기상품으로 인식되면서 너나없이 집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은 간과됐다. 서울시 반대로 그린벨트는 지켜냈지만, 정부는 결국 수도권 3기 신도시라는 공급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 전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태릉 골프장 부지 등을 활용한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일단 보전 방침을 밝혔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언제든 또 내밀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지난 21일에는 경기 용인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38명이 숨지고 다쳤던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커졌다 사라지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세간의 관심이 몰렸다가도, 사건은 뒤늦은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면 그만이다. 논란은 대개 누군가 나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금세 잊혀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정부는 일이 터질 때마다 철학이나 고민 없이 여론 무마용 대책을 내놓기 바쁘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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