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5년 내 ‘1.5도’

차준철 논설위원
가뭄으로 갈라진 이라크의 농경지. AFP연합뉴스

가뭄으로 갈라진 이라크의 농경지. AFP연합뉴스

‘1.5도’는 인류 생존의 위협을 막아낼 마지노선이자 기후위기의 임계점이다. 세계 197개국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2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하는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각국은 2도 억제로는 파국을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며 1.5도 이내 제한을 국제사회 목표로 내걸었다.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50년에 한 번 나타났던 극한폭염이 5년마다 발생하고 해수면이 0.26~0.77m 상승하는 등 지구 생태계가 급격히 파괴된다.

2021년 연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상승한 상태다. 1.5도에 이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문제는 1.5도 상승의 예상 시기가 시시각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IPCC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 1.5도 상승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3년 만인 지난해 8월 이 시한을 12년이나 앞당긴 ‘2040년 이전’으로 수정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9일 발표한 ‘기후 업데이트’ 연례 보고서는 최악의 상황이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향후 5년(2022~2026년) 중 최소 1년은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을 확률이 48%에 이른다는 것이다. 1.5도 억제 목표가 5년 내 깨지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향후 5년 중 한 해와 5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확률이 각각 93%로 거의 확실시된다고 봤다. 5년 안에 한 해라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1.5도는 그냥 아무렇게나 정한 수치가 아니다. 기후 영향이 사람들에게, 결국 지구에 더 큰 피해를 끼치는 기준점”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코앞에 닥친 ‘1.5도’를 억제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그리고 답도 이미 정해져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급격히 실행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새 정부가 귓등에 울리는 적색 경보를 서둘러 감지하고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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