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한낮 서울 한복판에 불길과 연기가 치솟아 시민들을 놀라게 한 인왕산 큰불이 3일까지 이틀째 이어졌다. 전날 불이 급속히 번져 서울 산불로는 첫 소방대응 2단계가 발령됐고, 주민 120가구가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한두 시간 내 진화된 작은 산불은 종종 있었지만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진 큰불은 근래 없었다. 이번 산불의 규모·위험도가 얼마나 컸는지는 불에 탄 면적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인왕산에서 축구장 21개 면적(약 4만5000평, 15㏊)의 임야가 소실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왜, 축구장 면적을 기준으로 삼는 걸까. 누구나 직감적으로 넓이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이유로 꼽힌다. 단순한 직사각형 공간이라 비교가 쉽다는 점도 있겠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특정한 넓이를 설명하거나 비교할 때 축구장이 즐겨 쓰이고 있다. 미국에선 비슷하게 미식축구 경기장 면적을 활용하고, 일본에서는 랜드마크인 도쿄돔 야구장 면적이 주로 인용된다고 한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면적은 7140㎡로 통한다. 약 2160평이고 0.7㏊다. 면적 단위가 붙은 이 숫자들은 굳이 기억할 필요 없다. 일주일 전 강화도 마니산 산불 때는 축구장 30개, 지난달 초 합천 산불에는 230개, 지난해 3월 울진·삼척 산불 때는 3만개 이상으로 추산됐다. 제대로 감이 안 잡히는 면적 수치보다 훨씬 이해가 쉽다. 더 광활한 크기엔 축구장의 400배 남짓인 여의도(290㏊)나 서울시(6만500㏊)를 잣대 삼기도 하나, 행정구역 면적은 워낙 넓고 체감하기 어려워 짐작만 할 뿐이다.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때 소실 면적은 여의도의 72배, 서울시의 35%였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 축제가 열려 봄나들이가 한창인 계절이다. 대형 산불이 잦은 시기인 만큼 산불 예방에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난 2일, 역대 3번째로 많은 하루 34건의 산불이 전국에서 일어났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언제든 전국에서 동시다발할 수 있다. 지리산 활엽수림은 지난달 초 축구장 127개 면적을 태운 산불에도 끄떡없었다. 활엽수를 늘리는 장기 대책도 필요하다. 산불 감시와 재난 대처를 위해, 어느 때보다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호시우행이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