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다툼에만 골몰한 집권당…비대위 구성도 곳곳 ‘암초’

조미덥·유설희·조문희 기자

지도부 과반 ‘부재’…당헌상 비대위원장 임명권자 없어

비대위 성격과 기간 두고도 친윤 대 비윤 ‘이견’ 걸림돌

이준석 반발도 변수…‘구원투수’ 정진석·주호영 등 거론

<b>‘시계제로’ 국민의힘</b>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2일 만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상황에 처했다.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이 어둠에 휩싸여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시계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2일 만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상황에 처했다.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이 어둠에 휩싸여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직에서 사퇴하고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잇따라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가시화됐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친윤석열계의 비대위 전환 드라이브가 가속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로 가는 초유의 상황이라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부터 비대위 성격·기간까지 출범 전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표가 비대위 출범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뒤 법원이 이를 수용할 경우 당이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할 집권여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돼 이준석 대표에서 권성동 직무대행, 비대위로 지도체제를 바꾸며 혼선을 겪고 있다.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당 주도세력이 이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차지하려는 권력투쟁에만 몰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권 다툼에만 골몰한 집권당…비대위 구성도 곳곳 ‘암초’

권 대행 입장 발표와 조·윤 최고위원 사퇴 표명으로 국민의힘은 일단 비대위 전환의 문턱을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도부 다수가 비대위 수용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도부 출범 당시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이 사고 상태이거나 사퇴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혀 비대위 전환 전제조건인 ‘최고위 기능 상실’이라는 명분도 생겼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이라 의장직을 사퇴할 수 없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이 비상상황”이라며 비대위 전환에 공감했다. 권 대행 측 관계자는 “권 대행이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로 비대위 전환 숙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거나 ‘궐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헌에는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며 “당이 원칙도 절차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코미디 집단이었나”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당헌을 개정해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해야 최고위 기능 상실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 사무처가 법원 판례를 들어 이같이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비대위 전환 의결 권한이 있는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지금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규정이 분명하지 않다”며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권 대행은 1일 최고위원회 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의원총회 의결로 비대위 전환 정당성을 보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데, 의총에서도 비대위 전환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 성격과 기간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친윤석열계와 당권주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전제로 한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한다. 조해진 의원은 SNS에 “혁신 비대위”를 강조했다. 그는 “법적으로 살아 있는 당대표를 강제로 몰아내는 전대는 일종의 당권 쿠데타”라고 말했다.

조기 전대를 한다 해도 새 대표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 남은 임기만 채울지, 새로 임기 2년을 시작해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가질지도 논란거리다. 임기 2년의 새 대표를 뽑으려면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신임 비대위원장에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주호영 의원, 황우여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모두가 관리형 비대위에 적합한 안정감 있는 인사들이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면 이 대표는 돌아올 공간(최고위)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 대표가 친윤계와 정면승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비대위 전환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한 당직자는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 결정과 달리, 비대위 전환은 절차에서 어느 정도 무리가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무리한 비대위 전환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인위적으로 하면 사고가 생긴다”며 “직무대행 체제로 가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머지않아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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