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결백 부각·윤 대통령 의혹 역공 ‘국면전환’ 노렸다

‘대장동 특검’ 왜 꺼냈나

전직 대통령 사이…회견 마친 이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마스크를 착용하며 당 대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관련 사탕 하나 안 받아
특검, 민주당 힘으로라도 할 것”
‘사법리스크’ 털기 승부수 던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대장동 특검’(특별검사제)을 제안하면서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를 정면돌파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도 담자고 했다. 대장동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부각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특검 요구를 일축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국회 특별기자회견에서 특검 제안 이유에 대해 “검찰이 사건을 수사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실패하면 또 다른 시도를 할 것”이라며 “이제는 공정한 방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종결할 때가 됐다”고 했다. 특검 형식을 두고는 “구체적인 내용은 여야 협상에 따를 테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언 조작’ 가능성이 있는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라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수사가 자신을 겨냥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 관련자들 말이 바뀌고 있다”며 “죄를 만들기 위해 진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 윤 대통령 부친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 등 정부·여당 관계자와 친·인척들이 연루됐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검찰 엘리트 특권층은 줄줄이 법의 심판을 피했다”며 “심지어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은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윤 대통령의 2011년 봐주기 수사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고 촉구했다.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 2과장이 대장동 업자들에게 부실 대출을 승인해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봐줬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또 “대통령 부친의 집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누나가 구입한 경위 등 진술 변경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수사와 허위 진술 교사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에도 국민의힘이 특검을 주장하자 동시 특검을 역제안했다.

특검 제안으로 결백을 부각하는 한편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며 역공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쏠린 시선을 정부·여당으로 돌리는 국면 전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경우엔 민주당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하겠다”면서 특검법 강행을 시사했다. 다만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쌍특검에는 선을 그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아
여론 동향에 추동력 받을 수도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대장동 특검법안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혔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한 특검법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여론 동향에 따라 특검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금은 민심의 추동력이 발휘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