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미 의회 합동연설

한국 기대 ‘무시’… 아베 연설에 속수무책 정부

유신모 기자

과거 침략 역사 사과 안 해

위안부 ‘남의 일’처럼 표현

정부, 30일 비판 논평 낼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해왔던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날 아베 총리의 연설은 미국에 대한 예찬과 미·일 동맹의 중요성, 미·일 관계의 희망적 미래 등으로 채워졌다. 아베 총리는 과거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 대한 회한과 미국인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시아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사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역대 총리의 관점을 유지할 것”이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오히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를 ‘남의 일 이야기하듯’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무력충돌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는 쪽은 여성”이라며 “여성들이 마침내 인권유린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우리 시대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태도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다. 미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도 한국 측에 ‘아베 총리의 연설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말라’는 신호를 꾸준히 보냈다. 이달 초 서울을 방문했던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베 총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하길 희망하지만 그 장소가 의회일 필요는 없다”며 “만약 한다면 자국에서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아베 총리 연설 하루 전인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 만찬사에서 “세계의 눈이 아베 총리를 주목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과거사 청산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아베 총리의 연설은 한국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어서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한국의 요구를 외면하고 미국은 이런 아베 총리를 용인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맞았다”면서 “한국은 일본과의 협력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지만 이번 일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0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아베 총리의 의회연설에 대한 논평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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