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법안 놓고 논의” 야 “법안 심사 안 해”…협의체 험로 예고

곽희양 기자

여야 합의 배경·전망

<b>일단 악수</b>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3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일정 등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단 악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3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일정 등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당, ‘역풍’ 우려 한 발 뒤로
야당, 강행 일단 저지 ‘성과’

‘합의해 상정한다’ 문구 없이
‘협의체 활동 후 상정’ 표기
결렬 땐 또 극한 대치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안을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독선’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국회 의석수상 여당의 단독처리를 저지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여론전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려는 개정안의 골자를 두고 여야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낮아 개정안을 다룰 ‘8인 협의체’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의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던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이유는 대선에 미칠 여론의 역풍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가오는 추석(9월21일) 민심도 걱정거리다. 개정안 처리 시기를 9월27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서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청와대가 우려 의견을 전달한 것도 여당 지도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 원로들은 “지난 4월7일(재·보궐 선거 참패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고언까지 했다. 정의당이 강력 반대했고, 진보적 언론·시민단체들이 법안 통과 시 위헌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상황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개정안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야당과 합의하면서 여당 독주 프레임에서는 일부 벗어났다고 본다. 개정안 처리 시 숙의과정을 거쳤다는 절차적 정당성은 일부 확보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전무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지만 정기국회 첫날인 1일 본회의에 개정안이 자동 상정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막아냈다는 단기적 성과와 함께 대국민 여론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도 벌게 됐다. 한 달간 정부·여당 비판 소재로 언론중재법 이슈를 끌고 가는 것이 대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야가 법안 내용에 대한 의견차가 좁혀져 이날 극적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안 내용을 논의할 협의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협의체를 바라보는 여야의 인식부터 다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에서) 저희 당에서 준비한 (법안) 내용 중심으로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협의체에서) 법안 심사가 아니고 제기된 의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협의체에서는 일단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 여부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날 이 조항 삭제를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는 법안 자체를 폐기하라는 요구여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9월27일 본회의 때 대치 국면이 재현될 수도 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에는 협의체 활동 이후 ‘27일 본회의에 상정, 처리한다’고만 돼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합의문에 ‘합의해 상정한다’는 문구가 없다”며 “여야가 합의해 수정안을 도출하면 가장 좋겠지만,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27일 의결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추가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함께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 유튜버 규제 법안 등을 ‘미디어 패키지’ 법안으로 같이 처리하자고 할 가능성도 있어 또 다른 갈등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패키지 법안이 늦어도 10월 말, 11월 초에는 통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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