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꿈인 홍준표는 왜 대구로 갔을까

박순봉 기자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대구행을 선택했다. 대통령이 꿈인 홍 당선인이 오히려 중앙무대에서 멀어지는 선택을 하자 이례적이란 평가도 있었다. 다음 대선을 생각한다면 수도권 광역단체장에 도전하거나, 의원직을 유지하며 중앙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의 당대표, 원내대표, 대선 후보, 그리고 경남지사까지 지냈던 홍 당선인은 왜 대구시장을 택했을까.

홍 당선인 측은 6일 기자와 통화에서 대구시장을 택한 이유에 대해 “후방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면서 혹시 모를 이 다음 5년을 구상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당선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벌써부터 차기 운운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 당선인은 “새 대통령 취임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차기 운운하는 것은 새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라면서 “차기는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후인 3년후에나 서서히 거론되는 것이 상당하고 지금은 힘을 모아 새 대통령이 잘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줄 때”라고 적었다.

지난 1일 오후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적으론 윤 정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국민의힘 내에선 홍 당선인이 대구시장을 택한 것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있다. 홍 당선인은 대선 경선에서 민심에선 이겼지만 당심에선 패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시장으로 일하면서 당심이란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홍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혹시 이게 마지막 정치라면 대구를 발전시켜 놓고 마무리를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당선인으로선 당심이 아쉬웠을 수밖에 없다”며 “오랜 당 생활을 했음에도 외부인사인 윤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무대에서 역할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홍 당선인은 이미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마친 상태다. 국정감사장에서 주목을 받는 역할은 초·재선 의원들이 주로 한다. 원내 협상을 주도하는 역할은 원내대표가 한다. 이미 대선 후보까지 거친 홍 당선인으로선 원내에서 최다선이란 점 외에는 뚜렷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인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를 도전하기에도 연고가 마땅치 않았다. 대구시장은 매우 현실적 선택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와의 거리두기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홍 당선인이 윤 당선인과 갈등 구도를 만드는 것은 부담이다. 확실한 윤 대통령 측근이 아니라면 중앙 정치 무대에서 피해 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에서 한 걸음 떨어져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기다리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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