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보수’ 깃발 내리는 정부

안홍욱·유정인 기자

핵심공약 줄줄이 후퇴… 원칙·신뢰의 정치 흔들

박 대통령, 26일 국무회의서 국민 이해 구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들었던 ‘개혁적 보수’ 깃발을 내리고 있다. 이미 종결을 선언한 경제민주화 입법에 이어 ‘박근혜 복지 공약’의 양대 축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지원을 대폭 후퇴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한국형 복지’ 구축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복지와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선점해 기존 보수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개혁 보수’ 깃발을 든 셈이다.

하지만 복지 공약의 핵심인 기초연금 지급과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지원 공약은 공식적으로 접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기초연금 최종안 발표를 통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대선 공약을 뒤집고 이를 차등지급하는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 공약은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 단계에서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핵심 공약의 뼈대가 다 허물어지면서 ‘박근혜표 복지’로 내세울 만한 공약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도 금이 가게 됐다.

취임 7개월 만에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핵심 공약 후퇴를 공식화하는 것을 두고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간 대선 과정에서 “반드시 지킬 공약만 내놨다”던 약속은 무색해졌다. 복지 공약 후퇴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예고한 진영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대선 캠페인과 정책 공약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 후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재정의 어려운 현실을 언급하면서 공약 수정이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복지 확대 공약을 ‘퍼주기’로 규정하며 정부를 측면 지원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우선 먹긴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방만한 퍼주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를 바꾸기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일찌감치 무산되고 그 자리엔 기업 투자만 바라보는 경제활성화가 대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10대 재벌 총수들과 만나 “여러분이 국정의 동반자”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선언이다.

다른 핵심 공약들도 줄줄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시된 상설특검제·특별감찰관제 신설 약속은 무산되기 직전이고, 예정대로 2015년 환수하겠다던 전시작전통제권은 정부가 미국에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군복무 18개월 단축은 유보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도 유야무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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