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핵심공약 후퇴

무너지는 ‘박근혜 공약’… 기초연금 반발 ‘복지 대전쟁’ 예고

송윤경 기자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한 차등지급안 부상

“보험료 성실히 납부한 청장년층 역차별”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앞세운 복지공약들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장년·노년층의 지지를 견인했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공약은 대폭 후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2대 복지공약 중 하나인 ‘4대 중증질환 국가 부담’ 공약도 환자 부담이 가장 심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가 제외돼 이미 ‘공약 파기’ 논란을 겪고 있다. 취임 7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거푸집’에서 알맹이는 빠질 공산이 커졌고, 시민단체와 유권자들의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복지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아직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이행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26일 이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복지 수장인 진영 장관이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지겠다’면서 25일 청와대에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스스로 ‘공약 파기’를 인정한 셈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의 표지석 앞을 23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의 표지석 앞을 23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안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이라는 문구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라는 규모부터 정부가 구성한 민·관 합동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거쳐 ‘70~80%’로 줄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월 20만원 지급’ 역시 일괄지급이 아닌 차등지급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로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할 경우엔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연금액은 두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소득비례 부분(자신이 낸 돈)과 소득재분배 부분(전체 가입자가 낸 돈)을 토대로 계산해 지급액이 결정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으면 소득재분배 부분은 약 20만원(2028년에 도달하는 소득대체율 기준)을 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국민연금 연계안을 따른다면 ‘소득재분배 부분’이 20만원을 넘으면 기초연금은 줄어든다.

다만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을 깎더라도 최소 10만원은 받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가입기간 15년까지는 20만원까지 주고, 그보다 가입기간이 길 경우에는 조금씩 삭감하다 약 10만원에서 멈추는 방안 또한 검토대상이다. 지급 대상은 소득하위 70%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청·장년층에게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보다 불리하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15년 뒤인 2028년부터는 현재의 20만원에 해당하는 가치의 금액을 국민연금 가입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즉 ‘미래의 노인세대’인 청·장년층에겐 오히려 현행 제도가 나은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청년층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에게 오래 가입해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또 다른 방안인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은 현재 노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 박 대통령 스스로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어르신들, 노인층의 빈곤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배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노인빈곤율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12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이 공개한 분석 결과(경향신문 9월13일 5면 보도)를 보면 차등지급 시 상대적 빈곤층에 해당하는 노인은 현재의 86.9%(소득 5분위 경계값을 중위소득 기준 적용)보다 0.4%포인트만 줄어든다.

복지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23일 성명을 통해 “공약 파기는 거대한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특히 (국민연금연계 차등지급안의 경우) 지금의 40~50대에게는 연금액이 줄어드는 등 노인복지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공약 이행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에 따른 누진증세와 사회복지세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