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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길
여당이 당원만으로 대표를 뽑는다이때 민주당이 다른 길 가야 한다모집당원의 수가 아니라 당 안팎 지지받는 사람 공천해야지금 바꿔라, 그래야 민주당이다더불어민주당이 무기력하다. 지지자들의 한숨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무엇을 바라기에 실망일까? 여당일 땐 더 공정한 나라를 위한 제도 개혁과 입법을 바랐다. 손익 따지다 망쳤다. 야당인 지금 정권의 퇴행과 폭압에 제대로 맞서길 바란다. 자기방어에 급급해 상대의 실수만 기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질성 3가지와 유사성 3가지를 따지며 출구를 찾아보자. 다른 점부터 보자. 첫째, 국민의힘은 외부에서 지도자를 모셔온 반면 민주당의 지도자는 항상 내부에서 성장했다. 집권만 가능하면 누구라도 모셔오는 국민의힘과 다른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둘째, 국민의힘에는 이념 갈등이 작은 데 반해 민주당에선 다양한 이념들이 충돌한다. 국민의힘에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지만 가십거리 수... -
멜랑콜리
이태원 참사, 이태원 블루가 된다실패한 애도의 유령인 멜랑콜리가 죽어서도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그날이 올 때까지 멜랑콜리하자멜랑콜리? 고대 그리스의 의학용어였다. ‘혼합한’ ‘검은’의 멜랑과 ‘담즙’의 콜리를 합친 ‘검은 담즙’을 뜻하는 말이자 동시에 이 검은 담즙의 과잉과 불균형이 유발하는 질병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오래 지속되는 두려움과 슬픔”으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멜랑콜리로 진단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멜랑콜리를 학문과 예술, 그리고 정치에서 탁월한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병으로 봤다. 병이지만 예민한 천재와 숭고한 영웅들의 성향이기도 했던 것이다.프로이트는 애도와 멜랑콜리를 구별한다. 그에게 애도와 멜랑콜리는 리비도를 집중했던 대상의 상실이라는 동일한 상황에 대한 상이한 반응이다. 리비도는 어디에 집중하는가? 생명 충동인 리비도는 대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이 경우 리비도 집중 현상을 ... -
대상화의 종점
사물화는 타인을 물건 취급하다가결국엔 자신조차 상품으로 만든다팔리지 않는 상품 되지 않으려면대통령은 지금 돌아서야 한다통치에서 상호공감의 정치로“헌정사 관행이 무너졌다.” 대통령 말이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외면한 야당에 책임 묻기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정치를 실종시킨 그 자신이다. 정치 불신으로 정치에 수갑을 채웠기 때문이다. ‘정치 없는 통치’, 곧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와 검찰 통치가 나라를 어지럽힌다. 헌정사 관행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질서 자체가 흔들린다. 정치는 상호 공감과 인정이다. 통치는 일방적 관찰과 감독이다. 무엇이 먼저일까? 사태를 합리적으로 파악하는 인지적 능력은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관찰자의 위치를 벗어나면 안 된다. 나아가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정의감을 가져야 한다. 여기까지가... -
들리는 세계의 분할 통치
‘보이는 세계’는 각자에게 달라도 ‘들리는 세계’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여권은 ‘들리는 세계’를 7 대 3으로 분할하고 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국민 억압‘보이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가 뒤틀린다. 첫 유엔 연설, 대통령의 말이 들린다. 그의 말소리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듯 위엄이 있다. 어느 순간 불쑥 대통령 부인이 보인다. 지휘하고 응원하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혼란스럽다. 퍼스트 레이디인가, 퍼스트 퍼슨인가? 말하는 사람이 퍼스트 퍼슨이다. 언제나 그랬다. 부처, 공자, 예수, 소크라테스는 모두 말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말소리는 로고스(logos)다. 합리적 이성의 소리다. 철인, 성인 못지않게 정치 지도자의 말도 힘이 세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말은 자체로 법적 근거를 갖는다. 말이 권위고 권력이다. 그만큼 무겁고 무서운 것이 대통령의 말이다.프랑스 철학자 데리다는 말-중심주의 해체를 시도했다. 그는 말소리보다 그 말... -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 중
지금은 합류의 시점인 것 같은데대통령·여당은 아직도 권력투쟁뿌리 뽑힌 당대표는 편 모으고국정동력 상실한 대통령은 대구로가야 할 길서 점점 멀어지는 대통령두 번의 선거로 권력을 독점한 대통령. 그만큼 생활세계의 가치를 키워야 할 무서운 책무가 뒤따른다. 그런데 그를 선택했던 시민들조차 그의 업무수행에 싸늘해졌다. 국정지지가 곤두박질친다. 국정 방향이 없으니 지지할 국정도 없는 셈이다. 더구나 겪어야 하는 재난보다 재난을 처리하는 대통령의 능력과 태도가 더 큰 재난처럼 보인다. 늪에서 빠져나올 출구는 하나다. 국정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작용과 부작용을 점검한 정책을 수행하고, 정책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감수하는 정치를 하면 된다. 이런 정치가 지속되면 적어도 그에게 투표했던 수보다 많은 시민들이 태도를 바꿀 것이다.태도와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의 정치적 태도는 의제와 분위기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 -
동물농장의 일기(2):개들이 판치는 통치
헌법·법률 위협하는 건 경찰이 아닌 시행령과 개들을 앞세워 초법적 위력 행사하는 정권 아닐까 개들의 으르렁 소리와 함께 동물농장의 비극이 탄생한다5월9일자 칼럼 ‘동물농장의 일기(1)’에서 나는 농장의 권력을 장악한 돼지들이 어떻게 변질되는지 알아봤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명제가 정권을 잡자마자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로 바뀐 과정이다. 가혹하고 성급한 평가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딱 두 달이 지난 7월9일 교수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동물들의 정부라 하셔서 처음부터 너무 격한 게 아닌가 했는데 짐승들의 정부 맞네요.”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짐승이라기보다 날짐승들의 정권인 듯하다.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대통령 말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표현에 원내대표가 화답한다. “대통령님의 뜻을 받... -
죽거나 말거나
미지의 생명과 주권을 내세워날것의 생명과 주권 위협하는이들이 내세운 건 노예도덕과 복수남들이 세운 복수의 칼날 위에서우리 대통령 부부는 왜 춤을 출까Roe is gone. ‘로’는 갔다. 스스로 떠난 것이 아니라 강제 추방됐다. 미연방의 늙수그레한 대법관들이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로’에게서 헌법이 부여했던 ‘임신중단(낙태)권’을 빼앗았다. ‘로 대 웨이드(Roe et Wade)’는 임신중단권을 임신부에게 부여한 1973년 판결의 명칭이다. ‘로’는 텍사스의 임신중단금지법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여성의 가성이고, 웨이드는 소송 대상 검사의 진성이다. 이때부터 ‘로’는 이름 없는 여성의 이름이 되었다. 감염과 합병증으로 건강과 생명을 잃은 여성들,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생계수단을 잃은 여성들, 생명체를 품은 채 버려진 여성들, 비난과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들은 모두 ‘로’이다. 죽거나 말거나 이제 여기저기서 ‘로’의 배를 향한 발차기... -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미학
그의 외로움이 내 것인 양 힘들었고동시대를 살아준 것에 고마움 느껴우리가 정태춘의 음악을 받아들여 온 것이 아니고 거꾸로그의 음악이 우릴 받아주고 있었다정태춘, 온몸이 노래고 예술이다. 그의 몸은 감각적 촉수로 시를 쓰는 큰 이성이다. 흔한 계산적 이성 주체와는 거리가 멀다. 거꾸로 그의 몸은 바깥의 사물과 사태, 곧 현실의 부름에 반응하는 객체다. ‘객체 우선’은 그의 노래를 횡단하는 미학이다. 음악을 해석하려면 그것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나눠야 한다. 그 순간 그 음악만의 특별한 감성은 사라진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추상화된 단순한 음의 연결을 해석할 수 없으면 특별한 감성은 그저 개인적 감정 분비물로 소비될 뿐이다. 부족하더라도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심미적 요소를 사유하려는 까닭이다.음악은 수학적이면서 마법적이다. 기호들의 집합인 음악은 마법의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교도소에 울리... -
동물농장의 일기 (1)
능력보다 승부욕만 큰 꾼들에겐 자기편 대장을 태양으로 섬기며 자기 먹을 것을 챙기는 게 정치 태양 나폴레옹에 축전을 보낸다“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일 뿐이다”동물농장이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 바깥에서 서성인다. 바깥이 없다. 바깥엔 또 다른 동물농장이다. 벌써 동물농장 안이다. 비극이다. 야생의 뻔뻔함이 판쳐서가 아니다. 싸움을 피할 수 없어서다. 동물농장의 이념은 ‘동물주의’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반)혁명을 이끈 동물들의 자랑이다. 인간은 적이다. 고통의 뿌리란다. 몰아내면 고통이 사라질 거란다. 발가벗은 공정과 상식으로 농장을 통치할 것이다.“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오웰의 말이다. ‘지금 여기’에 그것이 일어났다. 무능했고 무기력했다. 비장하게 반성하는 이, 철저하게 계산하는 자들 천지다. 나는 그냥 멈춘다. 그래! 다시 한 번, 싸워보자!악을 줄이면 선이 늘어날까... -
새로운 길
“탑이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 탑이-/ 하룻저녁 폭풍에 여지없이도,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인왕산 둘레길에 표류하고 있는 윤동주의 시를 읽는다. 긴 어둠의 터널에서 견딜 수 있는 하나의 빛이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놀랍다. ‘王’의 놀이일까? ‘王’에의 의지야 손바닥 문신에서 확인했다. 그 의지는 실현된 것 아닌가? 이제 더 큰 권력을 향한 의지가 생긴 것일까? 왕보다 높은 황제? 황제가 될까봐 단 하루도 안 된다는 말에 진정성이 있다.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누가 알려주었을까? 어떻게 알았을까? 이 명제를 구성하는 세 개념, ‘공간’ ‘의식’ ‘지배’ 모두 어려운 말이다. 제대로 알려면 폭넓은 독서와 토론이 필요하다. 공간부터 살펴보자. 학문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시간과 공간이다. 두 개념은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범주의 핵심이다. 특히 두 개념의 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