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한국 女 배구의 ‘라스트 댄스’는 계속된다…터키 누르고 4강행

도쿄 | 윤은용 기자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끈끈한 수비가 수차례 공격을 막았다. 수도 없이 몸을 날려 받아낸 공은 어김없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세계 랭킹 4위 터키의 자존심 건 공격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터키 선수들이 당황했고, 반대로 한국 선수들의 기세는 더욱 올랐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투혼은 결국 또 한 번의 감동적인 승리로 돌아왔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14위)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리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2)로 승리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만에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브라질-ROC의 승자와 오는 6일 오후 1시 결승행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친다.

A조 3위로 8강에 오른 터키는 세계적인 팀으로, 한국이 역대 상대전적에서 2승7패로 밀리고 있는 강팀이었다. 특히 2010년 세계선수권 승리 이후로는 6연패 중이었다. 무엇보다, 한국 배구의 기둥 김연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했다. 김연경은 2009년 일본 진출로 해외 무대를 밟은 뒤 2011년 당시 세계 최고 리그로 떠오르던 터키 리그의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이후 2017년까지 6시즌을 뛰었고 잠시 중국 리그로 떠나 한 시즌을 뛴 뒤 다시 터키로 돌아와 엑자시바시에서 1시즌 반을 활약했다. 김연경이 터키를 잘 아는 만큼 터키도 그에 못지 않게 김연경을 잘 알고 있었다.

1세트는 예상대로 터키가 일방적으로 주도했다. 한국의 공격은 번번히 터키 수비에 걸렸고,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연경이 1세트에서만 6점을 퍼부으며 분전했음에도 터키의 저력은 역시 강했다.

그런데 2세트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서브에 터키가 흔들렸고, 더욱 촘촘해진 한국의 수비에 터키 공격이 계속 걸리기 시작했다. 특히 9-6에서 김연경이 ‘절친’ 에다 에르뎀의 이동공격을 블로킹하는 장면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세트에서 바꾼 분위기는 3세트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은 3세트 초반 6-2까지 앞서다 갑자기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 쏟아지며 흔들리더니 결국 16-16에서 멜리하 이스마일로글루에게 득점을 허용해 16-17로 역전당했다. 결국 듀스로 들어간 한국은 26-26에서 상대 네트 터치 범실로 세트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박정아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을 맞고 코트 바깥에 떨어지며 극적으로 3세트까지 가져왔다.

4세트 초반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 쏟아진 끝에 18-25로 세트를 내주고 돌입한 마지막 5세트는 투혼의 드라마였다. 한국은 2-2에서 리시브 불안으로 계속 상대에게 찬스를 내주며 3-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박정아의 공격 득점과 김희진의 블로킹 득점으로 순식간에 5-6까지 따라붙더니, 6-7에서 연속 2점을 뽑아 8-7로 경기를 뒤집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대등하게 경기를 이어가던 한국은 10-10에서 상대의 긴 서브 리시브가 두 번 연속으로 넘어온 것을 김연경이 연속 득점으로 성공시켰고, 이어 상대 공격 범실까지 나와 13-10으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14-11에서 내리 2점을 내줘 14-13으로 쫓겼지만, 결국 김연경이 마침표를 찍었다.

1988년생, 한국 나이로 만 33세인 김연경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그를 포함한 12명의 동료들은 이번 대회에서 그들만의 ‘라스트 댄스’를 써내려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터키전을 그들의 ‘라스트 댄스’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들의 ‘라스트 댄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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