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아버지’ 하사비스 “이세돌에게 감사한다”

엄민용 기자
한종진 9단이 3차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종진 9단이 3차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2국이 끝난 후 “남은 판에서는 이세돌 9단을 응원하겠다. 진심이다”라는 말했다.

그러나 ‘아들’까지 섭섭하게 하는 개발자의 응원을 받았지만 이세돌 9단은 결국 3차전까지 내줬다.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 vs 알파고 제3국에서 이세돌은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0-3, 완봉패. 일단 그렇게 승부는 끝났다.

구글 한국어 메인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난전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알파고의 대응이 워낙 정확해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오늘 대국으로도 결국 대비책은 찾지 못했다. 후반에 상대 집에서 수를 내는 듯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거기서 큰 패도 나왔다. 그러나 팻감이 부족했다. 궁극적으로 남은 승부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조건이라면 이세돌 9단이 아니라 누가 두어도 50%의 승률을 내기가 어렵다” 고 덧붙였다.

김만수 8단도 “제한시간까지 불리했다. 계산은 기계가 더 빠르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 쪽이 급격히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알파고는 1·2국 때보다 승부처에서 시간을 더 썼다. 패를 기피하는 것도 극단적인 선택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 회피하도록 돼 있기 때문일 듯하다. 바둑은 졌지만 이세돌 9단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알파고를 끌어들인 만큼 4국과 5국은 희망적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세돌 9단은 5전3선승제의 매치에서는 패배했지만 나머지 4·5국은 계속 치른다. 4국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열린다. 이 대국을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가 오로대국실에서 한종진 9단의 해설로 중계한다.

다음은 알파고 관계자와 이세돌 인터뷰 내용이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왼쪽)와 함께한 이세돌 9단.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왼쪽)와 함께한 이세돌 9단.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오늘 흥미진진하게 관전했다. 나도 대학원 시절 바둑을 뒀다. 여자친구는 바둑 때문에 구글 창업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타박을 했지만 ‘다행히’ 나는 바둑을 잘 두지 못했다. 바둑은 매우 미학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체스보다도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다. 그리고 최고의 기사들이 바둑을 둘 때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아름다움을 접목할 수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 이세돌 9단과 같은 훌륭한 기사와 구글 팀과 함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다시 한번 이세돌에게 감사하며 한국기원에도 감사한다. 솔직히 우리도 할 말을 잃을 만큼 놀랐다. 하변의 큰 영토에서 패를 활용한 전투가 진행됐다. 알파고는 초당 수만 개의 ‘경우의 수’를 연산했지만 이세돌은 혼자 두뇌의 힘으로 세 차례 모두 접전을 펼쳤다. 알파고 딥마인드 팀의 노고와 천재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직 두 번의 대국이 남았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감회를 밝히고 싶다. 우리는 더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지켜봐 달라.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창의력과 천재성을 배우고 싶어 이번 경기를 펼쳤다. 알파고 개발은 범용적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기술적으로 풀어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알파고의 단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보를 분석할 시간이 없었고,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고의 단점은 이 경기가 모두 끝나고 돌아가서 분석할 것이다. 2국을 봐서는 확실히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첫 수를 두고 있는 이세돌.

첫 수를 두고 있는 이세돌.

■이세돌 9단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여러 가지 기대하셨을 텐데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게 돼 죄송하다. 결과적으로 1국은 좀 어려웠다.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알파고의 능력을 오판했기 때문에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승부는 2국에서 나지 않았나 싶다. 초반도 어느 정도 내 의도대로 흘러갔고 기회도 있었는데 놓쳤다. 내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2국과 3국도 졌지만, 남은 4·5국을 잘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마이클 레드먼드 구글 영어 해설자

아마 많은 분들이 알파고의 실력 중에서 초반에 의구심을 가졌을 텐데, 3국이 끝난 이 시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세돌 9단이 초반 전투적으로 시작해 흥미진진한 대국이 됐다. 알파고도 패를 쓸 줄 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혼전이 됐지만 알파고는 잘 치러냈다. 도사쿠와 우칭위안 같은 기성들은 바둑의 역사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 사람들이다. 알파고 역시 더 강해질 것라고 생각하고, 기사들에게도 ‘3차혁명’이 일어나리라고 본다. 알파고 개발진에게 축하하고, 예술의 경지로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일문일답

-알파고의 실력이 예상 외로 높았다. 3차혁명 얘기까지도 나오는데 프로기사들이 알아온 바둑 정석과 이론에 메시지를 던질 만큼의 기력인가.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민 완벽한, 신의 경지의 오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인간과는 다른, 어떻게 보면 우월한 모습도 있지만,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 아직 정말 인간에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실력이었나(하는 점에서 의문이 남고),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이세돌)

-압박감을 느꼈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열려서 부담감이 더했나.

“한국이니까 오히려 편했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 대결에서 0-2로 밀렸으면 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텐데, 일파고와의 대결은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더 압박감을 받았다.”(이세돌)

-1국이 진행되기 전 알파고의 단점을 찾고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뭔가 발견했나.

“솔직히 우리가 시간을 들여서 기보를 분석할 짬이 없었다. 대국 진행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2국에서 보면 단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다 끝나고 돌아가서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 같다.”(하사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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