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스포츠 GoGo학]보석처럼 반짝이다 너무 일찍 스러진 한국 최초의 ‘여성 올림피언’ 박봉식

런던대회 대표 52명 중 홍일점

제 실력 발휘 못하고 18위 그쳐

1951년 뇌막염 후유증으로 사망

이화여중 5학년 박봉식이 1948년 런던 올림픽 개막 다음날인 7월30일 오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여자 투원반에 출전해 힘차게 원반을 던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영국 런던에서 열릴 세계 올림픽을 목표로 조선의 운동계는 일즉이 없던 맹렬한 활기를 띠어 출중한 선수가 수없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로 서울 이화여자중학교 5년 박봉식양(19)은 원반던지기에 37m8이라는 신기록을 내었다 한다.”

1948년 4월28일자 경향신문은 이화여중 5학년(현재의 고2) 박봉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넘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처녀의사 유관순양을 길러낸 이화여자중학의 또 하나의 보배이며 조선 체육의 자랑인 동교 5학년생 박봉식양”으로 소개하고 “박양의 올림픽 파견 문제는 조선 여성 체육 발전의 앞날을 위하여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2년여 짧은 경력에도 그는 출중한 성적으로 ‘조선 체육의 자랑’이 되어 있었다. 박봉식은 그해 7월29일 개막한 제14회 런던 올림픽에 한국 대표 52명 중 유일한 여자선수로 출전했다. 59개 참가국 중 33개국 여자선수 390명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독립을 앞둔 ‘코리아’의 홍일점 선수라서 언론의 집중 취재대상이 됐다.

박봉식은 6월20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환송회에서 장도에 오르는 각오를 다졌다.

“여자가 저 혼자이기 때문에 좀 섭섭해요. 압흐로는 이런 대회에 우리 조선 여성도 만히 참가하도록 해주기를 미리 부탁해요. 조선 여성을 대표하야 아니 전 조선민족을 대표하야 나가느니만큼 조선사람도 이러타는 것을 뽐내도록 힘을 다할 작정이요.”(동아일보 1948년 6월20일)

박봉식은 7월30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경기 첫날 큰 기대 속에 출전했으나 1차 시도에서 실격했고, 2차 시도에서 개인기록에 못 미치는 33m80에 그쳤다. 3차 시도마저 파울이 되면서 그는 우승자 스텔마이어(프랑스)의 41m92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으로 18위를 차지했다.박봉식은 이듬해에도 39m65의 한국신기록을 냈다. 그러나 그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뇌막염을 앓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6월에는 급성 맹장염이 발병했지만 수술을 미루고 전국육상경기대회에 나가 39m57을 기록했을 정도로 투지가 강한 그였지만, 최악이던 의료상황 탓에 회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스러졌다.

너무 일찍 생을 마감했기에 그에 관한 자료나 기록은 거의 없다. 런던 올림픽 당시의 사진 한 장과 신문기사 등이 거의 전부였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SBS가 영국 BBC로부터 그의 경기 영상을 입수한 게 수확이다. 최근엔 농구원로 박정숙 전 어머니농구회장(90)의 블로그에 ‘이화여중 친구 박봉식’이 소개되면서 국립체육박물관과 연결돼 소중한 자료를 기증받기로 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올림피언’의 의미있는 첫걸음으로 시작된 한국 여성의 도전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의 동메달, 1984년 LA 올림픽 양궁 서향순의 금메달로 이어졌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을 지켜온 데는 여성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런던 올림픽 박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