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경제 부흥 앞세워 우경화 주도…총리 때 한·일관계 최악

박은하 기자

아베 전 일본 총리는 누구

2006년 9월 전후 세대로는 최초로 일본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가운데)가 신임 각료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2006년 9월 전후 세대로는 최초로 일본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가운데)가 신임 각료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정치 명문가에 외조부는 A급 전범
2006년 53세 나이 최연소 총리에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 앞장

장기불황 끝내려 아베노믹스 추진
야스쿠니 참배로 주변국 반발 불러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피격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8·사진)는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일본의 첫 총리이자 일본 우익의 상징적인 정치인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7년9개월간 이어진 두 번째 총리 임기 동안 일본을 경제·군사적으로 ‘부흥’시켜 ‘전후’와 단절하고자 했다. 그는 소위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려 했고,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헌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아베 전 총리 재임 시기 한·일관계는 최악이었다.

■A급 전범의 외손자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손꼽히는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A급 전범으로 기소됐으나 석방된 후 총리직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1957~1960년 재직)가 그의 외할아버지다.

할아버지도 정치인이었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외무상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아베 전 총리는 1982년 외무상이던 아버지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93년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도 당선됐다. 평화 노선에 가까운 아버지보다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강행하다 실각한 기시 노부스케 노선에 더 영향을 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관방장관까지 올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북길에 동행했다. 이 경험이 대북 강경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2006년 53세의 나이로 태평양전쟁 이후 최연소 일본 총리에 당선됐다. 1년 만에 참의원 선거에 대패해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9월 다시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1955년 자민당 설립 후 대표직에 두 번 당선된 경우는 처음이다. 같은 해 12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다시 총리가 됐다. 2007년 아베 전 총리가 1차 사임한 뒤부터 2012년 2차 집권하기까지 일본 총리는 5번 바뀌었다. 해마다 총리가 바뀌다시피 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정치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베노믹스·개헌 추진

아베 전 총리는 20년 이상 지속한 일본의 장기불황을 끝내기 위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밀어붙였다. 무제한 금융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증시 등 경제에 활기가 돌면서 한때 76%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 풀기 효과였을 뿐 일본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비정규직이 만연해 경제가 살아나도 저임금은 계속됐으며 격차만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강경 매파로 분류된다.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안보 관련 법을 정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2015년 8월14일에는 일본의 침략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다. 과거사 사안에 대한 교과서 기술을 정부 방침과 일치시키도록 하는 정책을 펴자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아베 정권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권과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합의는 표류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는 것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한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반발해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로 보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2019년 한 해에만 5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제안한 이도 아베 전 총리다.

■벚꽃·국유지 매각 스캔들

아베 전 총리는 임기 동안 6번의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7년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의혹, 2019년 11월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스캔들, 2020년 코로나19 대처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2020년 8월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2020년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을 통해 ‘일본 부흥’을 선언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올림픽 개최가 1년 연기되면서 직접 올림픽을 치르지 못했다.

그는 2020년 9월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인 아베파(옛 호소다파)의 수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자신의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를 당선시키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제시한 방위비 증액, 자위대의 반격능력 보유,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 개헌 등은 현 집권 자민당이 그대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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