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리의 꿈’

박은경 기자

고 이수현씨에게서 영감… 남을 위하는 세상 꿈꾸다

푸른빛 얼굴을 가진 고양이 ‘부도리’는 숲에서 태어났다. 나무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숲속 오두막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바보라 불리며/ 칭찬도 듣지 않고/ 걱정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는 시를 읊으며 안빈낙도를 꿈꾼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깨진 건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이었다. 봄이 왔는데도 목련꽃이 피지 않더니, 5월에도 진눈깨비가 날린다. 2년째 추위가 계속되면서 가족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유능한 나무꾼 아버지도 숲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숲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행방불명되고, 여동생도 의문의 사나이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사진 | 미디어캐슬 제공

사진 | 미디어캐슬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은 아동 문학가 미야자와 겐지(1896~1933)가 남긴 자전적 동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원작으로 한다. 미야자와는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은하철도의 밤>을 썼다. 37세로 요절한 그는 생전 큰 지진과 냉해를 수차례 경험했고 ‘가난한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했다고 한다. 이 계몽적 내용의 동화는 <은하철도의 밤> <아톰> 등으로 유명한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73)의 손을 거쳐 판타지의 옷을 덧입었다.

<부도리의 꿈>은 부도리가 기근으로 고생하는 마을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보여주는데,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킨다. 숲속에서 마을로 내려온 부도리는 농사꾼 ‘붉은 수염’과 병충해 예방법과 적절한 비료량 등을 꼼꼼하게 연구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부도리가 영감을 받거나 꿈을 꾸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추가했다. 형광빛으로 빚어낸 전체적인 색감은 몽환적이고,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는 신비하다. 부도리가 자연재해와 싸우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능성을 남기려다 갑자기 끝난 느낌을 준다. 빈 공간은 관객들의 상상으로 채워야 한다.

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 시미즈 요시히로는 2001년 1월26일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를 떠올리며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수현씨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세상을 구하고 싶은 고양이’ 부도리에 그의 뜻과 의지를 녹여 담아냈다.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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