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체제를 바꿔야”

인터뷰 | 김광호 정치·기획 에디터, 정리 | 정제혁·조미덥 기자 jhjung@ kyunghyang.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며 대선 구상을 밝히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며 대선 구상을 밝히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8일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 속에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박근혜에게만 있는 일인가. 실세, 문고리 없는 역대 정권이 있었느냐”며 “광장 민심은 대통령제 특권을 폐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시민혁명의 시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체제 변화는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개헌 당위성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안철수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 있지만, ‘안철수 현상’은 아직도 건재하다”면서 “그 현상을 제대로 세워서 새 정치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또 “연대가 됐든 통합이 됐든, 부분적 연대와 통합을 거치든, 단일화를 하든 이런 과정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패권세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개혁세력의 단일화 또는 연대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대선이 돼야 하나.

“이번 대선은 개헌 과정과 깊이 관련된다. 대선 전에 개헌이 이뤄지면 개헌에 따라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대선 전에 되지 않는다면 그때까지의 개헌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 정권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약속이 이뤄져야 한다. 그 약속에 따라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 반드시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대선까지 4~5개월 정도 남았다고 보는데, 개헌 시간은 충분하다. 의지와 결단, 선택의 문제다. 대선 전까지 개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대선 전에 다음 대통령이 개헌 고리를 만들어놔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하겠다’ 정도로는 구속력이 약하다.”

- 개헌 방향은.

“책임총리에 의한 독일식 의원내각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한 국회 구성이다. 개헌 방향은 국민 뜻을 따라야 한다. 광장 민심이 헌법을 결정하는 중요 동인이 될 거다.”

- 더불어민주당 주류의 대선 후 개헌론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금은 시민혁명 시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체제로 가자는 세력이 특히 민주당 내에 패권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헌이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 말이 또 바뀌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음날은 대통령제를 대개혁하겠다고 한다. 지금의 대통령제를 여하튼 끌고 가겠다는 거다. 그 전에는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냐’고 했다가 개헌 논의가 휩쓰니까 ‘나도 개헌론자였다’고 한다. 이건 본질을 흔드는 것이다.”

- 광장 민심이 대통령제 개혁에 있다고 보나.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 속에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것이 박근혜에게만 있는 일인가. 실세, 문고리 없는 역대 정권이 있었나. 친·인척이나 실세들 다 구속되고 그랬다.”

- 헌법에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할 복안도 있나.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제를 계속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헌법에 보장한다든지,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권을 보장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 개헌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적임자가 손학규라는 건가.

“강진에서 내려오면서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는지를 봐달라’고 했다. 이 나라가 잘못하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적도 버렸다. 시대적 과제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지도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내가 경기지사를 할 때 4년간 새 일자리 74만개를 만들었다. 당시 한국 전체 신규 일자리 100만개 중 74%를 경기도가 만들었다. 지도자가 어떤 데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달라진다.”

- 당적 없이 대선까지 갈 건가.

“지금 민주당은 내가 두 번 대표를 하면서 만들고 운영했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 패권주의 틀 안에 갇혀 있다. 거기에서 새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새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당 형태가 될지 국민운동 연합체가 될지는 앞으로 봐야 될 일이다.”

- 새로운 정치세력은 누구인가.

“1월22일 발족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다. 요새 언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할 의원이) 10명이다 뭐다 얘기하지만 난 누구한테도 탈당을 권유한 적이 없다. 민주당, 국민의당, 시민사회 하는 사람, 민주시민, 학계, 이런 사람들이 총집결하게 문호를 개방하게 될 것이다.”

- 패권주의를 말했지만 정치라는 게 패권경쟁 아닌가.

“내가 당 대표 할 때 ‘손학규 패권세력’이라고 했나. 안 그랬다. 단순히 1등 하는 사람을 패권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폐쇄적·배타적·위압적 권력의 행사가 핵심이다. 패권의 대표적인 경우가 민주당 개헌보고서다. 개헌 여론이 크니까 개헌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개헌하는 척하자는 거다. (그것 비판한다고) 와 몰려들어서 몇천건씩 문자 보내고.”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새로운 세력인가.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다. 하지만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건지 밝힌 바가 없다. 그 방향이 밝혀진 뒤에야 새 정치세력의 중심으로 설 수 있을지, 동반자로 설 수 있을지 평가될 거다. 이를테면 친박세력에 업혀서 뭘 하겠다고 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 안철수 전 대표는.

“안철수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는 있지만, ‘안철수 현상’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본다. 광장의 민심이 안철수를 떠나 있을지 모르지만, 구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체제를 갈구하는 마음이 ‘안철수 현상’이고 ‘안철수 현상’이 제기한 새로운 정치다. ‘안철수 현상’은 살아 있다. 그 현상을 제대로 세워서 새 정치 주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 과제다.”

- 대선 과정에서 연대,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문재인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통합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난 거짓말이라고 본다.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새누리당이 누구를 내세워 어떻게 정권교체를 하겠나. 반기문? 어림없다. 정권교체는 됐는데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가 문제다. 문재인 세력, 친문세력이 지금의 제1강자 위치를 대선까지 이끌어갈 수 있을 거냐. 시대정신은 반패권, 반특권이다. 연대를 했든 통합이 됐든, 부분적 연대와 통합을 거치든, 단일화를 하든 이런 과정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겠나. 패권세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개혁세력의 단일화 또는 연대라고 해야겠지.”

-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잘 끌어올릴 리더십, 그것이 통합의 리더십의 본질이다. 거기에 내가 어떤 역할이든 할 것이고, 내 빈 등에 어떤 짐을 올려놓더라도 그 짐을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 지지율이 낮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견한 언론이나 여론조사가 얼마나 됐나. 우리 정치시계는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빅뱅도 그런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손학규

[2017 대선의 꿈]④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체제를 바꿔야”

경기 시흥 출생(70) /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서강대 교수 / 14·15·16·18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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