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현안에 불붙은 TV토론
첫 원탁토론…네거티브 비판 의식한 듯 정책이슈에 집중
문재인 “유승민이 줄푸세 주도” 유 “주도한 분, 문캠프로”
한국정치학회와 JTBC, 중앙일보의 공동주최로 25일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방송지원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경제적 양극화 해소 방안, 안보 현안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전 세 차례 토론회가 네거티브로 흘렀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후보들은 이전보다 정책이슈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현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한·미동맹을 중시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우리 안보만은 우리가 주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자주국방 태세를 확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완전 폐기와 남북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다자외교, 통큰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정부보다 자주적 외교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가짜 안보세력”이라고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미국이 한마디 하면 무조건 의존하고 매달리는 건 낡은 동맹”이라며 “국익과 민주적 절차, 주권국가 절차를 존중하면서 협상하는 한·미관계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주창한 안보제일주의는 가짜 안보”라며 “안보를 늘 정권에 이용했다. 천문학적 방산비리야말로 반국가적 행위고, 그거야말로 종북세력”이라고 말했다.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의 전술핵을 도입해 남북 핵균형을 이뤄야 한다”면서 “북한 특수11군단 제압할 해병특수사령부를 창설해 무장평화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핵위기는 DJ, 노무현 정부 때 70억달러 이상을 북에 퍼줬기 때문”이라며 “김정은 눈치 보며 구걸해선 안된다. 깡패도 아니고 맨날 상납이나 했다. 내가 대통령 되면 제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김대중·노무현이 속아서 돈 퍼주는 사이 기초적 핵개발 다 되고, 1차 핵개발을 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를 향해선 “중국하고 외교적으로 하면 된다, 방법 있다고 하는데 북핵, 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했다.
■ 마주 앉은 첫 ‘원탁토론’
이날 토론회는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는 ‘원탁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탠딩 토론과 달리 서로의 표정을 읽으며 공방을 벌이는 형식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심 후보는 손석희 JTBC 사장과 마주 봤다. 손 사장이 “공교롭게도 한때 같은 당이었던 분들끼리 마주 보게 됐다”고 하자, 홍 후보는 손 사장에게 “옛날에 통합진보당과 같이했느냐”고 받아쳤다.
문 후보와 유 후보가 수차례 부딪쳤다. 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의 재원을 두고 유 후보가 거듭 질문하자 “더 자세한 내용은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시는 게 낫겠다”고 했다. 유 후보도 이에 “소요 재원을 분명히 말 못하면서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하는 것은 매너가 너무 없다”며 “이런 오만한 태도가 어디 있느냐”고 문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가 제시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공약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문 후보가 ‘줄푸세’ 공약을 유 후보가 주도했다고 하자, 유 후보는 “줄푸세를 주도한 분(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문 후보 캠프에 계시다”고 맞받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의 ‘돌출행동’은 이날도 수차례 나왔다. 홍 후보는 지난 3차 토론회에서 ‘돼지흥분제’ 논란을 들어 홍 후보 사퇴를 요구한 안 후보가 자신에게 질문하자 “저한테 질문하시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심 후보가 안 후보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선 불쑥 “말로는 (심 후보를) 못 이겨요”라고 거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되도록 홍 후보에게 정책 질문을 던지지 않는 등 ‘투명인간’ 취급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