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명수’ 달평씨가 왔다 간 후…콩이네가 완전 달라졌어요

백승찬 기자
[그림책]‘살림의 명수’ 달평씨가 왔다 간 후…콩이네가 완전 달라졌어요

어서와요 달평씨
신민재 글·그림
책읽는곰 | 44쪽 | 1만3000원

콩이네 집은 늘 난장판이다. 거실 소파엔 벗어놓은 옷가지가, 바닥엔 콩이 장난감이 널부러져 있다. 식탁에는 먹다가 놓아둔 접시가 가득하고, 건조대엔 걷지 않은 빨래가 걸려 있다. 식사도 딱히 맛있지는 않다. 엄마가 주말에 만들어 둔 카레를 다시 데우자, 아빠는 질린다고 타박한다. 엄마는 아빠에게 설거지나 청소를 미루지 말라고 반격한다.

어느 날 밤 콩이는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다가 부엌에서 시커먼 그림자를 본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설거지를 미리 해둔 아빠를 칭찬한다. 아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다시 이튿날 아침, 콩이와 아빠는 맛이 끝내주는 달걀말이에 엄지를 치켜든다. 엄마는 자기가 하지 않았다며 당황한다.

콩이네 가족은 누가 살림을 대신해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졸음을 참으며 밤을 기다린다.

[그림책]‘살림의 명수’ 달평씨가 왔다 간 후…콩이네가 완전 달라졌어요

놀랍게도 커다란 달팽이가 한밤중에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달씨 집안의 달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콩이가 얼어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적이 있다면서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다. 달평씨는 조금 느리지만 빈틈없는 살림꾼이었다.

콩이 가족은 달평씨의 살림 솜씨에 반한다. 그리고 느릿한 달평씨를 조금씩 도와준다. 달평씨가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아빠는 채소를 다듬고, 달평씨가 빨래를 너는 동안 엄마는 청소하는 식이다. 콩이도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을 들인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살림은 끝이 없다. 해도 해도 또 할 일이 있다. 한 사람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저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가사노동은 조금 미뤄도 될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게 마음먹지 않으면 좀처럼 착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집 안은 콩이네처럼 엉망이 된다.

[그림책]‘살림의 명수’ 달평씨가 왔다 간 후…콩이네가 완전 달라졌어요

그래서 가사노동에는 습관이 필요하다. 콩이네 가족이 매우 게으르거나 자기 일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은 아닌 듯 보이지만, 이들에겐 가사노동을 하는 습관이 배지 않았다.

난데없이 나타난 달평씨는 살림살이의 모범이자 습관의 안내자가 된다. 행동경제학 용어를 빌려오면 ‘넛지’다. 달평씨가 떠난 뒤, 콩이네는 다시 조금 게을러지긴 했지만 집이 난장판이 되도록 두지는 않는다. 달평씨가 자극한 대로 살림의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다. 살림을 대신해주는 사람은 없으며, 미루지 않고 가사노동을 하는 습관이 우리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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