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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는 1명, 자녀는 미성년자만…정부,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 '선별' 수용

이보라·이효상 기자

 일부다처제 등 문화 특성 고려 안돼

‘가족결합권’ 고려 안한 반인도적 처사

세계 아동의날인 지난해 11월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과 아이들이 유엔 세계식량기구가 지원하는 현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아동의날인 지난해 11월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과 아이들이 유엔 세계식량기구가 지원하는 현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한국에 입국을 요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을 선별적으로 수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외교부는 지난해 8월26~2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이 국내에 입국할 때 입국 허가 대상을 특별기여자와 배우자 1명, 부모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했다.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일부다처제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의 사회·문화적 특성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입국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중 최소 2가구 이상은 입국이 허가된 배우자 외에 다른 배우자를 데려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도 특별기여자 상당수가 만 19세 이상의 자녀는 데려오지 못했고, 직계존비속이 아닌 형제·자매들도 수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이들은 정부에 다른 가족도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달 초까지 이들이 거주했던 임시생활시설에서는 현지에 남은 배우자와 자주 통화를 한다는 이유로 부부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는 “특별기여자로 선정된 대상은 한국 정부 시설에 직고용된 아프간인 직원으로 우리 정부 활동에 기여가 확인된 자와 그 배우자 1명, 미성년 자녀, 직계존속”이라며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이송 범위를 정했다”고 했다. 정부는 민법과 난민법 등 국내법상 일부다처제를 용인할 방도가 없어 이같이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이들의 가족을 대거 수용할 경우 국내 여론이 악화될 것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가족결합권’을 협소하게 본 건 반인도적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도 최근 판례에서 헌법 등을 근거로 난민의 가족결합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김민혁군 아버지 A씨가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헌법 36조 제1항을 근거로 가족결합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협약 실무편람’에서도 ‘가장이 난민으로 인정되면 부양가족도 난민 지위가 인정된다’며 난민 가족의 범위를 폭넓게 본다.

아프간에서 11년간 활동했던 장영수 선교사는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자녀 나이와 부인 수를 따지면서 가족 일부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며 “피난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이민의 개념을 적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 시설에서 하청으로 일했던 아프간인은 직고용된 이들과 달리 특별기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특별기여자의 기준도 애매모호하다”고 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생계를 함께 했던 가족을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인도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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