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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대선 때도 ‘5·16장학회’ 매각하려 했다”

정환보 기자

선거자금 위해… 경향신문, 41년 전 고 김지태씨 진정서 입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을 전후해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옛 이름) 매각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회 설립자인 김지태씨(1982년 작고) 유족들은 최근 MBC·정수장학회의 밀실 협상이 드러나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수장학회를 밀실에서 매각하려고 한 시도가 41년 만에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5일 장학회 설립자인 김씨가 당시 5·16장학회 김현철 이사장에게 보낸 내용증명 형식의 진정서를 입수했다.

고 김지태씨가 1971년 작성한 진정서.

고 김지태씨가 1971년 작성한 진정서.

1971년 7월26일자 우체국 소인이 찍힌 진정서에는 “(5·16장학회가) 최근 경영난으로 인하여 부산일보와 부산MBC를 비롯하여 지방국을 방매(물건을 내놓고 판다는 뜻)한다는 소문이 사회에 떠돌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돼 있다. 이어 “이에 대하여 세론이나 정계의 논란도 있으니 사회의 공기인 언론 사업체를 상품처럼 방매한다는 비난의 사회여론상 중지하는 것이 숭상한 오일륙장학회의 현명하신 처사인 줄 사료한다”고 밝혔다.

진정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장학회 처분 계획을 전해들은 김씨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김씨의 5남인 김영철씨(60)는 이날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당시 여당인 민주공화당 원내총무 출신인 김택수씨가 아버지를 찾아와 박정희 대통령 측이 ‘돈을 좀 내놓고 5·16장학회를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한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말했다. 또 “1971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부일장학회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를 잠재우고 대통령 선거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3선 의원을 지낸 김택수씨는 1969년 민주공화당 원내총무를 맡아 3선 개헌에 주도적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렸다.

김영철씨는 “1971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이 한 짓을 이제는 딸(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 보고 배운 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유족들은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탈한 재산을 물려받은 장물아비가 장물을 팔아 특정인의 선거에 이용하려는 짓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정수장학회 이사진의 전원 퇴진을 요구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05년 국가정보원의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사건’ 보고서에도 수록돼 있다. 보고서에는 “(김지태씨가) 71년 7월 5·16장학회가 경영난으로 부산일보와 부산문화방송을 매각하려 한다는 정보를 당시 공화당 의원인 김택수로부터 입수한 뒤 5·16장학회 이사장 김현철에게 2회(1971년 7월26일, 8월6일)에 걸쳐 편지를 보내 매각 시 자신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971년 4월27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5·16장학회 강탈 문제를 제기하자 장학회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듬해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4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장학회 매각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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