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대화 해결’ 빗장 거는 정부

박철응 기자

노조 “대화 간곡히 부탁”에 박 대통령 “타협 안돼”

사회 각계 원로들 사회적 대화기구 설치 요구 외면

철도 파업을 놓고 노동계와 코레일·정부·새누리당 간에 대화가 실종된 지 열흘이 됐다. 파업 4일째인 지난 13일 노사교섭이 결렬된 후 코레일은 “파업 철회 없이 더 이상의 교섭은 없다”며 대화 테이블을 걷어버렸다. 그 후 노조의 사회적 논의와 대화 요구는 점점 위로 향했지만, 정부·새누리당·청와대까지 모두 외면했다.

공권력이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해 노·정 갈등이 높아진 23일에도 이 상황은 이어졌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다시 빗장을 채웠다.

파업 내내 노조가 대화의 출구를 열고 코레일과 정부가 닫는 행태가 이어졌다.

철도노조의 첫번째 요구는 수서발 KTX 운영사 출자안을 의결한 코레일 이사회 중단이었다. 민영화 수순이 아니라는 정부와 코레일에는 TV 토론회를 제안했다. 토론회 요구는 묵살됐고 코레일은 수서발 KTX 운영사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민영화 방지 조건을 강화했다며 이사회를 강행했고, 철도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사회 각계 원로들도 정부에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를 요구했으나 메아리는 없었다. 대신 돌아온 것은 “민영화가 아닌데 노조가 믿지 못한다. 불법 파업이므로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일방적인 정부 담화와 호소문뿐이었다.

정부에서 답을 찾기 어려워진 철도노조는 정치권에 희망을 걸었다.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수서발 KTX 운영사 지분의 민간 매각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요구였다. 하지만 지난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새누리당이 다른 법률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반대해 철도 파업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철도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지도부 체포영장 등으로 압박 수위는 높아졌다. 철도노조는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사 자율교섭의 지도력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새누리당이 가로막고, 국토부가 대화를 거부해 교섭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매듭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매듭을 푸는 방식은 노조의 바람과는 정반대였다. 1995년 출범 후 한 차례도 없었던 민주노총 건물에 공권력 투입을 감행해 철도노조 지도부를 와해시키려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각계 인사들이 입을 모으는 파국의 출구는 대화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지나친 원칙주의는 불통의 정치가 될 수 있다”면서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려고 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로 타협하고 포용하는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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