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경찰청장 등 고소” 기자협회 “공권력의 언론 경시 고백”

박홍두·박철응·장은교 기자

압수수색 영장 없이 건물 부수고 난입 ‘무리수’

“박근혜 정부의 공안의식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경찰이 민주노총과 언론사 건물에 사상 초유의 ‘침탈’ 수준의 강제 진입 및 체포 작전을 벌이고도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실패하자, 이성한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강제 진입 과정에서의 불법성마저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어 비판론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의 ‘22일 강제 진입 및 체포 작전’은 말 그대로 무리수를 동원한 ‘공안몰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노동운동이라는 상징성으로 어느 정권에서도 물리적 억압을 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력 5000여명을 투입하며 철도노조 지도부 6~7명을 체포하려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경찰은 “강제 진입 당시 철도노조 지도부가 건물 안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그들의 건물 내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언론사 건물이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물리력을 총동원한 것은 현 정권의 ‘공안의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진입으로 인해 경향신문사 건물 내부는 사실상 신문 제작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된 상황이다. 이 같은 유례없는 작전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입을 모아 ‘침탈’이라는 단어를 쓰며 비판하고 있다.

<b>울산서, 대전서, 광주서 ‘항의 집회’</b> ▲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을 비난하는 항의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울산시청 남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새누리당 울산시당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의 저지를 받자,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울산서, 대전서, 광주서 ‘항의 집회’ ▲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을 비난하는 항의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울산시청 남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새누리당 울산시당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의 저지를 받자,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민주노총 대전지부 소속 조합원 1000여명은 새누리당 대전시당 앞을 지나가며 강제 진입을 비난했다.

▲ 민주노총 대전지부 소속 조합원 1000여명은 새누리당 대전시당 앞을 지나가며 강제 진입을 비난했다.

▲ 광주역에선 광주지역 코레일 노조 조합원과 민주노총이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 규탄집회를 가졌다.

▲ 광주역에선 광주지역 코레일 노조 조합원과 민주노총이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 규탄집회를 가졌다.

작전 과정에서의 불법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노총 법률원 등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는데도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강제 진입 전날인 21일 법원에 건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체포영장으로 수색은 가능하지만 잠긴 문을 부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성한 청장 등 경찰 지휘부를 민·형사 고소키로 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낸 성명서에서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언론사 건물에 난입한 경찰의 행태는 공권력이 언론을 얼마나 경시하는지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언론사 사옥을 유린한 경찰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반응은 ‘무대포’ 수준이다. 이성한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체포영장 집행의 불법성과 관련해서도 “법리 검토를 충분히 했다”며 자신했다. 청와대 등 정권 차원의 작전 승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다 했다”는 식으로 답했다. 경찰 내부 정보력 부재나 과잉 진압 논란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체포영장 청구 시에는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검찰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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