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YH사건을 기억하라”…격앙된 노동계

박철응 기자

“노동자 짓밟은 박정희 정권 스스로 위태로워졌다”

정부·노동시민사회 극한 대립…전면전으로 치달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23일 한목소리로 “정부는 1979년 YH 사건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을 최대 위기로 몰아갔던 노동 탄압 사건을 상기시키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 후 격앙된 노동계와 정부 간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전조직은 실질적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행동전에 돌입한다”면서 “YH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박정희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박근혜 대통령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폭력으로 난입해서 만행을 저지른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으로 규정한다”면서 “조합원들의 분노를 담아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탄압과 폭력적인 침탈까지 이어졌지만 철도 노동자들은 굴복하지 않으며 국민들도 굴복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장과 지도부를 대신해서 역할을 자임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 [화보] “YH사건을 기억하라”…격앙된 노동계

<b>강제 진입의 흔적들…경향신문사 현관 ‘유리파편’</b> 23일 경향신문사 직원이 전날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강제 진입한 경찰에 의해 파손된 현관과 로비를 청소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강제 진입의 흔적들…경향신문사 현관 ‘유리파편’ 23일 경향신문사 직원이 전날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강제 진입한 경찰에 의해 파손된 현관과 로비를 청소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민주노총 지역 본부들도 전국에서 잇따라 항의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 관계자 500여명은 광주 북구 중흥동 새누리당 광주시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민주노총 침탈은 전면전 선포이고 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새누리당 당사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등 피켓을 들고 규탄 집회를 열었다.

상대적으로 온건적이던 한국노총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은 “노동운동 역사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이며, 노·정 관계를 대화가 아닌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면서 “1979년 YH무역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노동운동을 짓밟는 정권은 스스로 위태로워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 대통령이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킨다고 했는데, 진짜 지켜야 할 원칙은 불법과 공안 탄압을 반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YH사건을 기억하라”…격앙된 노동계
■ YH 사건

1979년 8월 YH무역 여성 노동자 170여명이 회사 운영 정상화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 경찰의 진압으로 노동자 김경숙씨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부산·마산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박정희 정권의 위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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