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거리 두기 격상에 3색 풍경…깊어지는 한숨·대안모색·배달은 특수 예약

유선희·한수빈·강한들·김흥일 기자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하루 전인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달빛무지개분수 운영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하루 전인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달빛무지개분수 운영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해 손해만 6000만~7000만원 정도였는데 진짜 빚으로 버티고 있어요.” 수도권에서 12일부터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시름이 깊다’는 서정용씨(58)는 11일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매출표부터 내밀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6년째 우동집을 운영 중인 서씨는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하루 매출이 300만원이었는데, 최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3분의 1로 줄었다가 오늘은 손님 3명밖에 받지 못해 하루 5만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고단계 격상 ‘직격탄’ 어디로

지난 4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은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평소라면 줄이 늘어서야 할 ‘맛집’도 군데군데 텅 빈 자리가 보였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정부 방역대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동 인근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 중인 김다은씨(22)는 “4단계로 높이긴 했는데 2명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함께 음식을 먹으면 충분히 전파가 가능해 확산을 차단하는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부 방역이 애매하다고 생각하고 더 확실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12일까지 휴점에 들어간다. 일부 백화점들은 12일 하루 휴점하고 내부정비를 다진다는 계획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정부의 거리 두기 단계가 2.5단계로 높아졌을 때 급격히 매출이 하락한 것을 떠올려보면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두렵다”면서도 “일단 방문한 손님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여행사는 허망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방역 상황이 호전될 것을 기대하면서 이번 추석 연휴 괌, 사이판 등으로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았는데,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만 해도 항공기 예약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졌는데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난 지난주부터는 취소 문의만 쏟아지는 상태다. 한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항공기 취소와 일정변경으로 문의가 급증해 전화 연결과 온라인 문의에 대한 답변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문이 게재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밑바닥에 있는 상태인데, 여기서 유행 추세가 그치지 않고 커질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라며 “여행업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예 ‘셧다운’을 해서라도 확진자 수를 줄이고 집단면역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경재 대한숙박중앙회 회장은 “차라리 셧다운을 해서 확산세를 완전히 잡고 거리 두기와 인원제한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령껏 살아남자…더 바빠진 배달대행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에 맞춰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는 상인들도 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명자씨(63)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포장해가도록 하고, 테이블 한개당 한 명씩 거리 두기를 하도록 안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정재환씨(65)는 “이미 손님들이 많이 빠져 지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겠지만, 테이블 7개당 2명씩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오프라인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학원에서 수강신청을 진행하는 토익 강좌들 대부분이 ‘온라인 클래스’로 전환됐고, 일부는 이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동시설 운영은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 실외 골프장은 사적모임 인원제한 업종에 해당돼 오후 6시 이후에는 캐디를 제외한 2명만 골프를 칠 수 있다.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운영이 가능하지만 종목이나 시설 종류에 따라 방역수칙이 다르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박상호씨(54)는 “당구대 6개가 있어 총 25명을 받을 수 있는데, 4단계 격상으로 당구대 한 대에 2명이 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트레이닝 수업도 강사 1명이 수강생 여럿을 상대하는 형태보다 ‘1 대 1’로 수강생 비율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달업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오히려 더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라이더’ 구인난이 커질 것이란 걱정도 함께 나온다.

서울 신당동의 한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이예찬씨(31)는 “코로나19 4단계 격상 발표로 벌써 배달량이 대략 20% 늘었다”며 “종사자들이 충분해 당장은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데 버거운 정도는 아닌데, 실제 격상 후에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곳에서 배달대행을 하는 유호진씨(41)는 “지난해를 떠올려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점심시간처럼 특정 시간대에 배달량이 몰려 다 처리하지 못했다”며 “각 기업들이 배달시장에 뛰어들어 파이가 커진 탓인지 인력 충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배달량이 급격히 늘어 음식 배달이 원활히 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서린씨(27)는 “점심이나 저녁 피크 시간대에 배달량이 몰려서 50분까지 지연된 적이 있어 고객 항의를 받기도 했었다”며 “음식이 채 완성되기 전에 미리 배달용 배차를 요청하는 식으로 대처를 해왔는데, 배달 종사자분들이 더 많아져서 이런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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