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숲으로 가자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남극 입구 ‘우수아이아(Ushuaia)’입니다. 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 남극과 가장 가까운 작은 항구도시입니다. ‘입구’라기보다 세상과 남극을 잇는 ‘관문’ 정도가 적당하겠습니다. 남극 대륙에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고 이틀간 드레이크 뱃길을 지나야 합니다. 저희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도 남극해 보호 캠페인을 앞두고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실으러 여기 들렀죠.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코로나 돌림병 한가운데 이게 어쩐 일일까요. 여기 우수아이아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승객을 태운 승합차가 여기저기 바삐 달립니다. 카페와 기념품 가게는 문을 활짝 열었고, 식당은 손님들의 설레는 수다로 왁자지껄합니다. 먼저 다녀온 관광객들이 풀어놓는 무용담도 만만치 않죠. 주변을 둘러보면 면면이 다양합니다. 피부색도, 하는 말도 각양각색입니다. 유럽, 아시아, 러시아 등 얼핏 봐도 여기저기서 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스무명쯤 봤습니다. 정말이지 전 세계에서 모였습니다.

낮 기온 16도. 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여기 남극은 1~2월이 여름입니다. 관광 성수기죠. 부두는 남극 관광선으로 빼곡합니다. 먼저 온 배가 뱃고동을 울리고 떠나면 곧장 다음 배가 들어와 관광객을 쏟아내고 새 손님을 태웁니다. 승객을 200명도 넘게 태우는 커다란 여객선이 제가 센 것만 해도 29척이 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극을 찾는 걸까요. 전 지구적 돌림병도 이 사람들을 막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알고 싶은 건 우리의 본능입니다. 지구 끝에서 만나는 압도적인 대자연을 우리는 그토록 갈구합니다. 돌림병 와중에도 전 세계에서 수만명이 수천만원 비용을 기꺼이 감내하며 여기까지 찾아옵니다. 고작 며칠 뒤뚱뒤뚱 펭귄과 커다란 순백의 유빙을 보려고 말이죠. ‘쿠아아~’ 고래의 거대한 허파가 뿜는 깊고 웅장한 숨소리는 운수 좋은 몇몇에만 허락됩니다. 바다 너머 새하얀 세상에서 만나는 자연의 위대함에 누구는 영혼의 떨림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남극 여행이 옳은지 그른지 헤아리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남극을 향하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있고, 그 사람들에게서 우리 인간의 본성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무어가 아름답고, 놀랍고, 위대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 본성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지구의 아름다움에 숨이 멎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진 까닭이지요.

저는 환경보호가 뭔지 잘 모르는 무지렁이입니다. 다만 배를 타고 전 세계 구석구석 아름다운 대자연을 직접 만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 멋진 장면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산을 좋아하면 산을 아끼고, 동물을 사랑하면 동물을 아끼는 것처럼 말이죠. 남극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응당 이 순수한 공간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바다로, 숲으로 가자고. 가서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될 테니 말이죠. 그러니 우리 떠납시다. 도시의 콘크리트를 벗어나 새들이 지저귀는 뒷산으로, 푸른 물결 출렁이는 바다로 말이죠. 경험은 우리를 성장시킬 테고, 드넓은 세상은 우리를 힘차게 안아줄 것입니다. 지구를 가슴으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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