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먹거리에 ‘팜유·식용유 경보’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얼마 전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팜유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 대중에게 큰 이슈가 된 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론은 이 사태의 파장을 분석하기 바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우선 물가 상승이다. 과자며 라면이며 대개 팜유를 쓴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에도 팜유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 1989년 삼양라면 우지 파동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공업용 소기름을 썼다고 해서 식품기업이 기소된 사건인데 결국 무죄가 났다. 어떻게 보면 요즘 문제가 되는 ‘검·언 유착’의 한 예이기도 하다.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 검찰의 무리한 기소, 대중의 무지 같은 게 한데 어우러진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여주는 입맛 쓴 소극이었다. 어찌 되었든, 저 사건 당시만 해도 소기름으로 라면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 후, 튀기는 각종 과자는 식물성으로 다 갈아타게 됐다. 이미 동물성 기름은 나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대중을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자 시장에서 압도적인 스낵류는 유탕처리 식품이다. 튀긴다는 뜻이다. 구운 과자라는 것도 기름을 ‘발라’ 굽기 때문에 기름 사용이 많다. 어쨌든 동물성 기름을 버리고도 값싸게 과자와 라면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팜유의 증산 덕이었다. 식물성 식용유의 최대 생산국인 미주 지역의 콩과 옥수수유로는 세계인의 늘어나는 기름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재빨리 대안을 내놓은 건 자본이었다.

팜유는 말 그대로 팜, 즉 야자열매를 뜻한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종려나무가 바로 이 계열이다. 야자열매에서는 양질의 기름이 나온다. 팜유가 싸니까 질 나쁜 기름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별 문제가 없는 기름이다. 문제는 팜유 소비 증가의 여파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점유율이 60%나 된다. 그 밖에 이웃 말레이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팜유는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미주, 아프리카 등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다. 한국인들은 팜유를 직접 식용유로 쓰지 않아서 그다지 이번 사태에 반응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방관할 수 없다. 우선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다. 팜유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 밀림 지역을 밀고 플랜테이션이 들어선다. 전형적인 다국적 자본산업이다.

현실로 보면, 당장 우리가 먹는 다양한 음식에 팜유가 쓰인다는 점이다. 라면, 과자는 거개 팜유로 튀긴다. 라면의 낮은 가격은 저렴한 팜유가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다 밀가루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라면값이 그동안 너무도 쌌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올 태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인이 쓰는 해바라기유와 밀가루의 대량 생산국이다. 안 그래도 한번 올 게 틀림없어 보였던 인플레이션 시대에 뒤숭숭한 여러 소식을 타고 팜유 파동의 걱정까지 얹게 됐다. 엔데믹 시대를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 작정이다. 게다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라면은 ‘기름 + 밀가루’이다. 거기에 식품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또 다른 기름인 원유도 오르고 있으니 라면 한 그릇이 만만치 않아질지도 모르겠다. 라면조차 우리를 배신할 것 같은 불길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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