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사찰림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자연자산으로 불교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사찰림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시대에 이미 경주에 사찰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찰림은 통일신라시대 선종의 도입과 고려시대 도선 스님의 영향으로 산지 가람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이름난 사찰들이 경치가 아름다운 산속에 자리잡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토 면적의 약 0.7%, 전체 산림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사찰림이 있다. 사찰림은 542개 사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사찰당 그 면적이 평균 166㏊에 달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과 같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중요한 사찰 주변에 이처럼 넓은 사찰림이 보전된 것은 삼국시대 이후 전승되어온 숲을 보전하는 불가의 수행방법 및 관리가 큰 역할을 하였다.

현재 사찰림은 국립공원 면적의 8.3%, 도립공원의 15.5%, 군립공원의 13.6%를 구성하고 있다. 주요 사찰이 명산에 입지하면서 숲을 관리해 온 것이 이와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숲을 보전하는 불가의 오래된 전통이 우리 국민들의 휴식과 관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찰림의 32.3%는 자연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67.7%에 해당하는 사찰림은 특별한 지원이나 보호 대책 없이 개별 사찰에서 관리하고 있다.

법적으로 주요 사찰림은 산지관리법에 의해 임업생산, 재해방지, 수자원 보호, 자연생태계 보전, 자연경관 보전, 국민보건휴양 증진 등의 공익기능을 위해 필요한 보전산지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보전산지 중에서도 공익을 우선하는 공익용 산지로 지정되어 있다. 보전산지는 산림 이외의 토지이용이 금지되어 있는 산지이다. 또 공익용 산지는 자연공원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야생생물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과 같이 공익을 위해 보전하는 산지이다. 따라서 사찰림은 산림 이외의 기능으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공익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산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 오히려 사찰림은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는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등산을 위해 이용하는 등산로가 사찰림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종종 등산만 하는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사찰과 사찰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또한 사찰이 가지고 있는 불교전통에 비해 자연자산인 사찰림의 가치와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림은 수천년 동안 연료와 목재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주요 경관을 아름답게 유지해왔다. 오늘날에는 탄소를 저장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되고 있다. 또한 심신이 피곤한 국민들에는 안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복지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 수천년을 이어온 사찰림의 가치와 기능을 제대로 인식하여 후세까지 잘 보전하기 위한 대책과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동안 그 가치를 잘 몰랐던 사찰림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오래된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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