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마주한 정치 양극화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지난 9월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은 스웨덴 정치사에 길이 남을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 정당 연합과 우파 정당 연합 간 치열했던 접전으로 인해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엇갈렸으며, 극우 성향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제2정당으로 도약해 스웨덴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었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349석 가운데 우파 정당 연합이 176석을 가져가 사회민주당의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당 연합 173석보다 3석 앞섰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의 첫 여성 총리가 됐던 안데르손 총리는 총선 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했으며 2014년 총선 이후 올해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왔던 사민당 주도의 좌파연정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은 30.3%(107석)의 득표율로 제1 정당의 위치를 유지하였지만 녹색당을 제외한 나머지 연합 정당들의 득표율이 떨어졌으며, 우파 계열 정당에서는 스웨덴민주당이 20.5%(73석)를 얻어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특히 우파 정당 중 온건당의 몰락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온건당은 사민당을 견제할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연이은 총선 패배, 정당 정책의 옅은 선명성 문제, 스웨덴민주당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 등으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사민당에 이어 제2의 정당이 된 스웨덴민주당이다. 스웨덴인 우월주의와 반이민 정서를 지향하는 스웨덴민주당은 신규 이민자 수를 줄이고,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 경찰 병력을 확대하며, 이민자 출신 범죄자를 추방하는 법안 등을 내세워 많은 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이민자들에 의한 대도시 내 총격 사고, 범죄가 가장 큰 쟁점이었고, 스웨덴민주당뿐 아니라 사민당, 온건당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스웨덴 내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며 해당 논의에 앞서 있던 스웨덴민주당의 질주를 막을 순 없었다. 한편 사민당은 지난 총선에 비해 많은 의석을 얻으며 제1당의 위치를 유지하여 여전한 영향력을 보였다.

선거에서 승리한 우파 연합의 연정 구성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스웨덴민주당은 지나친 민족주의, 극우성향 탓에 연정 파트너에서 배제되어 왔던 터라 당대표인 오케손의 총리행은 애초부터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다. 이에 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은 우파 연합에서 두번째로 의석이 많은 온건당 대표 크리스테르손이 맡게 되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크리스테르손이지만 새 정부 구성에 있어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파 연합과 좌파 연합의 의석수 차이가 3석에 불과한 데다 우파 연합 내에서 스웨덴민주당을 연정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라 길고 어려운 협상의 길이 예상된다.

스웨덴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다당제와 연정을 바탕으로 한 협의의 정치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확인했듯 이민자의 유입이 스웨덴인과 비스웨덴인 간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어 스웨덴 정치의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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