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특징은 도어스테핑

동기부여 강사는 자신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임을 부단히 강조하더니 급기야 일찍 일어나는 사람 중에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당당히 펼친다. 피식 웃음이 났다. 20년 넘게 새벽 3~4시에 기상 중인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찍 일어난다는 거 하나다. 무엇을 실천했다면, 그건 늦잠을 잔들 낮잠을 잔들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할 수 있는 거다.

오찬호 <민낯들: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저자

오찬호 <민낯들: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저자

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기에 급급해지면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 자체를 무작정 ‘좋고, 대단하고, 바람직한’ 사람들의 특징과 연결한 후 반대편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논리를 이어간다. 자동차를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의 특징은, 자동차를 아끼는 거다. 세차를 자주 하는 사람의 특징은, 세차를 자주 하는 거다. 이 행위에 전통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부지런함’이라는 해석을 과하게 입히고 ‘꼼꼼함’, ‘청결함’이라는 매력적인 양념을 치다 보면 이를 기준으로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려는 유혹도 덩달아 커져버린다. 차 깨끗하게 관리하는 사람치고 게으른 사람 없다는 착각, 차를 보면 사람을 안다는 무례함 그리고 차 더러운 사람들은 일상생활도 엉망이라는 식의 망상이 등장하는 이유다.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말해야만 하는 시대에는 괜찮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도 설명하기 바쁘다. 이 부정적인 인식이 견고할수록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방어심리도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채식하는 사람들은 어떠하다는 설명을 꼭 곁들이는 채식주의자를 종종 마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주에 살면서 우연히 채식주의 식당을 간 적이 있었는데, 주인은 끊임없이 채식하는 사람치고 따뜻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을 거침없이 뱉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제주도 예멘 난민 논쟁 당시 ‘평화의 섬이 위험하다’는 몰역사적 논리를 앞세우며 가장 격렬히 반대 시위를 했다. 채식 자체는 난민 수용 찬반과 연결점이 없는 개인적인 선택이겠지만, 채식을 ‘지구 생명체에 대한 존중’으로 설명한 이가 특정 종교와 인종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게 무난한 흐름일 리 없다. 이 어색함조차 인지되지 않을 만큼 경쟁사회는 무섭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갑작스레 오르면, 운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 덕택임을 말하며 열심히 살아서 보상받는 거라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새벽마다 온수를 마시며 성공이라는 상상을 했다, 향초를 피우며 명상을 하는 걸 빼먹지 않았다 등의 평범한 일상 한 조각을 자랑스럽게 전시한다. 본인들만 그런 습관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말이다. 올해 당신의 주식이 하락하고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는 게, 설마 열심히 살지 않아서이겠는가?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특징만이 있을 뿐이지 권위주의 타파를 보증하지 않는다. 도어스테핑을 하는 정치인의 특징은, 도어스테핑을 하는 거다. ‘잘’하고, 일관되게 다음 단계로 이어져야만 국민과의 소통도 원활해진다. 그러한가? 전 정부와 비교하라고 으름장만 놓았지, 무엇이 특별한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특정 언론을 고립시키고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악의적인’ 프레임만 남발한다. 역시나 새벽 5시에 신문을 읽는 사람의 특징은, 새벽에 신문을 읽었다는 거다. 그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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