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 이전’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수도 이전으로 볼 여지 커”…국회법 개정만으론 위헌 소지

여당은 새누리당 때도, 2년 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반대 입장

한동훈, ‘정치·행정수도’라면서도 대통령실 이전엔 선 그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을 2주 앞두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국회법만 고쳐서 하기엔 위헌 소지가 크고, 왜 예전엔 반대하다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추진하는지, 세종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처럼 만든다는데 왜 대통령실 이전은 빠져 있는지 등 국민의힘이 먼저 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세종 관련 대선 공약부터 이행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의 세종 이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28일 서울 망원역 유세에서 “국회법을 바꿔야 해서 (총선에서) 승리해야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면서 법안을 만들지 않았다. 저희는 그것을 해내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실과 본회의장 등 국회의 핵심적 요소를 세종으로 이전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 요소”라고 했기 때문이다. 헌재가 2005년 49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옮기는 것을 합헌으로 판단할 때도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는 바뀌지 않는 점이 근거가 됐다. 한 위원장의 후임 법무장관으로 거론됐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 전체를 옮기는 건 수도 이전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합의로 국회의 완전 이전이 진행되면 위헌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백지화한 것도 위헌 시비를 우려해서다. 국회는 2021년 국회의장실과 본회의장은 서울에 둔 채 세종에 분원을 두는 것으로 국회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전체 17개 상임위 중 12곳과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국회 이전 공약에 “분원은 설치할 수 있다”면서 전체 이전에 반대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나경원·안철수 후보도 국회 세종 이전에 반대했다. 이처럼 국회 세종 이전은 민주당이 꾸준히 제기하고,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를 들어 반대해왔는데, 이번에 돌연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야당에선 기왕 하려면 대통령실도 같이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위원장은 전날 “하나씩 하자”며 “(대통령실 이전은) 추후 생각할 문제고, 지금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이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DC처럼 진정한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되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 워싱턴DC에 백악관이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아직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까지 이전하려면 개헌 필요성이 더 확실해지기 때문에 우선 국회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세종시 공약부터 이행하라는 비판도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격주로 세종에서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세종에서 5차례 열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에 만들겠다는 공약도 했는데 뚜렷한 진척 사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전날 한 위원장의 국회 세종 이전 발표에 발맞춰 “대선 공약인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속도를 내 줄 것을 관계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세종에 제2집무실이 만들어지면 격주로 국무회의를 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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