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유엔 연설, 러시아 겨냥 “북한에서 무기 지원…자기모순적”

뉴욕 | 유정인 기자

“러·북 군사 거래, 한국 직접 겨냥한 도발”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 의견 지지 받는 것”

기후 격차 완화, 무탄소에너지 플랫폼 ‘CF연합’ 제안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세계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군사협력 정황을 들어 러시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면서 북·러 군사협력을 막을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는 좁아진 상태다. ‘강경 비판’ 이후의 한반도 평화 달성 방법을 두고 정부가 시험대에 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이라는 주제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유엔총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자기모순’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라마다 군사력의 크기는 다르지만 우리가 모두 굳게 연대하여 힘을 모을 때, 그리고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떠한 불법적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지난 13일) 일주일 만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협력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하면서 엄중 경고와 함께 국제사회에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 한국 언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우리가 불법적인 행동을 했을 리 만무하다’ 얘기했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했다”면서 “정부는 북·러 정상의 만남 몇 달 전부터 군사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분명한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 행위)는 지난 일주일 상간이 아니라 이미 계절이 바뀌기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북·러 밀착 흐름을 저지할 한국 정부의 묘안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결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보리 의결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5개국에 러시아가 포함된 데다 북·러와 우호관계인 중국의 적극적 호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촐범 이후 한·미·일의 유례없는 공조 행보 속에 북·중·러와의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면서 중·러 리스크를 줄일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공간은 줄어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제시한 ‘국제사회와의 연대’ ‘원칙에 입각한 행동’은 미·일을 포함한 우방국과의 논의에 집중돼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재의 리스트를 추려보고, 또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엄밀하게 고려해 봐야 하기 때문에 동맹 우방국들과 이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가 5개 (상임이사국) 나라가 입장이 갈려있고 통일된 러시아에 대한 입장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면서 “우선은 동맹국, 우방국을 중심으로 자유의 연대 속에서 응집된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글로벌 격차 등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표명하는데도 방점을 찍었다. 복합위기에서 개발·기후·디지털 등 세 가지 글로벌 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밝혔다.

특히 기후 격차 완화 방안으로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확산을 위한 국제 플랫폼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을 제안했다. 무탄소에너지는 직접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일체의 에너지원을 말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 수소, 탄소포집저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민간 차원의 논의기구로서 우리나라의 50여 개 기업, 단체 등이 참여하는 CFE 포럼이 지난 5월 공식 출범했다”면서 “CFE 포럼 주도로 10월까지 국내에서 ‘CF 연합’ 결성작업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기업, 각국 정부,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아웃리치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개발 격차 완화를 두고는 “한국 정부는 올해의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ODA(공적개발원조) 정부 예산안 규모를 40% 이상 확대했다”면서 향후 맞춤형 개발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선 “대한민국은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제시하겠다”면서 AI에 관한 유엔 국제기구 설립을 지원하는 ‘AI 글로벌 포럼’ 개최를 제안했다.

한국은 오는 2024~2025년 임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는다. 윤 대통령은 이를 언급하며 “유엔 회원국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로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공약에 따라 포괄적 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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