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안 가결 이후

민심 역주행, 친박의 ‘후안무치’

김진우·김지환 기자

이정현 등 친박 핵심 사퇴 거부…‘혁신·통합 보수연합’ 세 결집

“탄핵, 인간 이하의 처신” 맹공…반성은커녕 막무가내 버티기

<b>정진석 등 원내대표단 동반 사퇴</b>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왼쪽),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함께 원내대표단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정진석 등 원내대표단 동반 사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왼쪽),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함께 원내대표단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가 촛불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과 책임 대신,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막무가내식 저항을 택한 것이다.

친박계 지도부는 즉시 사퇴 요구를 거부했고, 비주류를 향해선 “니들이 나가라”고 역공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세력이 적반하장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 옹호에만 열을 올렸던 친박계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오히려 강공에 나선 것을 두고 “권력 유지에만 급급한 수구 본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 오후 친박계는 입을 닫았다. 압도적 가결이 친박계에 대한 정치적 심판으로도 해석된 터였다. 하지만 친박계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역공을 모의했다. 9일·11일 저녁 모임을 갖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만들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주류 ‘수괴’로 콕 집어 축출할 뜻도 밝혔다.

친박계 당 지도부도 12일 발을 맞췄다. 이정현 대표는 “훨씬 앞당겨 물러날 수 있다”던 이틀 전 발언을 뒤집었고, 나머지 최고위원들도 사퇴 의사를 거둬들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에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지는 게 온당하다”며 사퇴했다. 친박계 당 지도부만 버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친박계는 오히려 비주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비주류가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의원 8명의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인간 이하의 처신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야권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도 “그 사람들 얘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일”이라고 일축했다. 친박계가 조속한 국정안정 대신 장기 농성전을 택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이미 수십 차례 반복된 것이다. 친박계는 그동안 박 대통령 옹호에만 급급해 집권여당을 ‘청와대 출장소’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총선에선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으로 유권자를 조롱했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해 달라”(조원진 최고위원)며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둔갑시켰고,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 이야기 듣는다”(이 대표)라고 두둔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김진태 의원), “탄핵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이 대표) 등의 발언으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즉각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귓등으로 들었던 친박계가 촛불 민심을 받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여전히 버티기와 적반하장식 역공으로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박 대통령이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에 결부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것처럼, 이를 방조했던 친박계 역시 정치생명 연장이라는 사적 이익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세 차례 대국민담화로 ‘찔끔 사과’를 하면서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듯이, 친박계의 복사판식 대응이 촛불 민심의 역풍을 더욱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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