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포괄적 동맹·힘을 통한 평화 역점…새 안보환경 변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 ‘문재인 정책 뒤집기’ 관측

대북 정책에선 단호한 대응…미 핵우산 강화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20일 강원 철원군 육군3사단 관측소(OP)를 찾아 전방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20일 강원 철원군 육군3사단 관측소(OP)를 찾아 전방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수 정당의 대선 승리로 지난 5년간 유지됐던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적 방향이 크게 변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출현은 국제정세의 새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한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국제질서에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이다. 또 북·미 대화에 실패한 북한은 국가전략 노선을 수정해 대화의 문을 닫아 걸고 미국을 위협할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 외에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안보 분야의 인식은 색깔이 분명하고 단호하다. 미·중 대결 국면에서 회색지대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포괄적 동맹관계를 심화하겠다는 뜻을 선명하게 내세웠다. 북한의 위협에는 단호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천명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이 얼마나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 불투명하지만, 모두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 ‘반(反)문재인’ 외교정책

윤 당선인의 외교정책 출발점은 ‘문재인 정책 뒤집기’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사용하는 ‘한·미 동맹 재건’이라는 표현 속에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한·미 동맹을 중심에 놓고 다른 문제들을 다뤄나가는 것이 윤 당선인의 외교정책 원칙이다.

윤 당선인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적극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극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도 미국·호주·일본·인도의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산하 워킹그룹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아시아전략에서 핵심적 사안으로 꼽히는 한·미·일 협력에도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긴장이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 등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혀왔기 때문에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단호한 대응 강조한 남북관계

윤 당선인은 남북 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지만 북한의 불법적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대북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등의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문제를 국제적 공조의 틀에서 다루겠다는 뜻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실질적 비핵화와 남북 긴장 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패한 정상회담으로 규정하고 있다. 4·27 남북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 등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합의를 인정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합의 내용을 재해석하고 북한의 의무를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윤 당선인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한 대북 기조가 실제 국정운영에 적용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과정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언급을 했지만 실제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힘을 통한 평화…군비경쟁 우려도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추구하는 ‘힘을 통한 평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수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한·미 동맹을 통한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가속화, 첨단전력 고도화 등을 약속했다.

축소 시행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정상화되고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고 수도권 방위를 위한 사드 추가 배치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은 독자적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강경한 주장 대신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폭격기·항공모함·핵잠수함 등의 전략자산 전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공약의 현실성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 나오는 외교안보 관련 사안은 사실 백화점식 진열에 가깝다. 득표를 위한 공약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원론적이다. 실제 국정운영에서는 불필요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면밀하게 세우지 않으면 공약은 허무한 말장난에 그칠 수도 있다.

미·중 대결 국면에서 분명하게 미국 편에 서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실행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다. 한·미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적 선명성만으로는 한국이 처한 외교적 현실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대일 관계 역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한·일 현안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비현실적인 공약이 적지 않다. ‘판문점이나 워싱턴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외교 관례와 이치에 맞지 않는 공약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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