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유승민 찍어내기’는 1971년 ‘4인방 축출’ 복사판

김진우 기자

박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1인 통치’ 그림자

▲ 2인자의 도전 가차 없이 응징
국민에게 정치권 심판 요청도
유신 반대론 진압과정 닮은꼴
당시 이후락, 지금은 친박 앞장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 시도는 4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위 ‘4인방 축출’과 닮은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여당 통제·관리를 놓고 2인자들의 도전을 가차 없이 응징하며 ‘1인 권력 강화’에 몰두한 박 전 대통령의 ‘권력통치’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근거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1971년 여당인 공화당의 ‘실세 4인방’으로 통하던 김성곤·길재호·김진만·백남억 의원은 오치성 내무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주도한 ‘10·2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 노발대발한 박 전 대통령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시켜 4인방을 비롯해 해임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23명을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고가 초주검을 만들었다.

특히 김성곤 의원은 트레이드마크였던 콧수염까지 뽑히는 수모를 당했고, 길재호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이후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다. 김성곤·길재호 두 사람은 결국 이후 정계를 떠나게 된다. 소위 ‘4인방 축출’ 파동이다.

실상 이들 4인방은 앞서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실세로 떠오른 터였다. 박 전 대통령이 권력에 도전한 ‘가신’들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물론 2인자를 인정하지 않은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1971년 공화당 ‘10·2 항명 파동’ 4인방 김성곤, 길재호, 김진만, 백남억(왼쪽부터).

1971년 공화당 ‘10·2 항명 파동’ 4인방 김성곤, 길재호, 김진만, 백남억(왼쪽부터).

한때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청와대 정책 기조에 반박하는 등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증세와 복지 등의 문제는 현 정부 무능을 부각시키는 주제였던 만큼 박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는 유승민의 ‘정치적·사회적 콧수염’을 뽑아버릴 것”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를 본보기로, 권력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2인자의 싹을 밟아놓은 것도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이 항명 파동을 진압하고 당을 청와대 하부기관으로 만들었듯이, 박 대통령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수직적 당·청관계 구축을 노린다. 40여년 전에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나섰지만, 지금은 골수 친박들이 돌격대로 나선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민들에게 정치권을 심판해달라고 한 데서도 ‘국민투표’를 앞세워 정치권의 유신 반대론을 진압한 박 전 대통령의 환영이 어른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 전 대통령은 항명 파동 1년 뒤인 1972년 10월17일 유신을 선포했고, 11월21일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관철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파동에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포퓰리즘적인 수사(修辭)로 철권통치를 펼친 아버지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두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 앞서 전문가들은 ‘군주’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박 대통령은 초월자라는 의식이 있어 보인다”고 했고,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대통령 권력의 절대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군사정권 시절의 ‘유사 군주정’의 그림자가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어른거리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29일 “아버지 뜻을 살리겠다는 것이 고작 이런 방식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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