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군단 봉쇄 비책은 ‘손’톱 감추고 빗장 걸기

황민국 기자

“EPL 득점왕 손흥민도 자유 못 준다” 선언한 벤투…물오른 쏘니, 어떻게 쓸까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왼쪽)이 지난 5월30일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과 파주 NFC에서 훈련을 위해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왼쪽)이 지난 5월30일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과 파주 NFC에서 훈련을 위해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일 브라질전 주도권 잡기 어려워
쏠쏠했던 최전방 공격수 활용보단
윙어로 뛰며 ‘디펜스 강화’ 힘쓸 듯
김민재 부재도 전술변화에 큰 영향

손흥민(30·토트넘)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킬러 본능을 자랑한다.

수비의 빈틈을 찌르는 경이적인 질주와 찬스를 놓치지 않는 골 결정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로 아시아 선수로 첫 득점왕에 오른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붉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캡틴’ 손흥민이 6월 A매치에선 잠시 골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삼바군단’ 브라질을 상대할 때는 그도 수비에 전념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브라질과의 첫 평가전을 앞두고 “손흥민도 (공격적으로) 자유를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표팀은 원래 하던 플레이 방식이 있다”고 예고했다.

최장수 사령탑인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으로 비판을 받은 일이 적잖았다. 왼쪽 날개로 출전하는 손흥민은 측면에서 수비 부담을 떠안아 해결사보다 팀 동료를 살리는 도우미에 가까웠다. 벤투호 체제에서 A매치 28경기를 뛴 그의 득점은 8골이 전부였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부터는 골대에 가까운 최전방 공격수처럼 위치가 재조정돼 최근 6경기에서 4골로 살아난 것이 다행이었다.

손흥민 살리기에 성공했던 벤투 감독이 과거로의 회귀를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브라질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승골의 사나이 비니시우스(레알 마드리드), 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하다. 벤투호가 상대하는 브라질 선수단의 몸값 총액만 9억4450만유로(약 1조2574억원)에 달할 정도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은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경기 방식과 다를 것”이라면서 “측면 공격수들이 이전과 다른 지역에서 수비해야 한다. 공격도 해야 하지만 가능할 땐 수비에 조금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이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전술을 다듬어가는 과정이라 진단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우리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으니 수비부터 다잡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이번 6월 A매치를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세계 최고 팀을 상대할 때는 어려움도 따른다. 경험 많은 팀을 만나는 것은 도전이지만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주축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재도 있다. 포백 라인을 선호하는 벤투 감독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빌드업 라인을 끌어올렸는데, 이번 브라질전에선 라인을 물릴 것으로 보여 측면에서 뛰는 윙어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K리그 감독은 “기존 전술의 뼈대가 흔들린 상황이라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토트넘이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큰 효과를 봤는데, 손흥민 기용법에서 받아들일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표팀에 합류할 땐 언제나 같은 마음”이라면서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좋지만 대표팀에서 내가 해야 할 다른 역할이 있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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