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정유사도 제재…러 국가신용 6계단 추락 ‘정크 등급’

김혜리·최희진·노정연 기자

12일 국제결제망서 퇴출…에너지 거래 은행 빠져 효과 ‘갸웃’

미, 시추 장비 등 수출 차단…증시도 국제 금융지수서 퇴출

‘평화’ 기원 플래카드 내걸린  피사의 사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에 이탈리아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피사 | EPA연합뉴스

‘평화’ 기원 플래카드 내걸린 피사의 사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에 이탈리아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피사 | EPA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전방위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러시아 은행 7곳이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된다. 러시아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핵옵션’으로 평가했던 제재가 실행되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강등함에 따라 세계 경제 11위인 러시아 국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스위프트, 러시아 은행 퇴출

스위프트는 2일 성명을 통해 “12일부터 러시아 법인 7곳(과 자회사)을 스위프트 네트워크에서 분리할 것”이라면서, 이는 “유럽연합(EU)이 영국, 캐나다, 미국과 협의해 결정한 외교적 사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방크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PSB, 방크로시야, 소브콤방크, VEB, VTB 등 러시아 은행 7곳을 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합의했다. 스위프트는 200여개국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으로 여기서 배제된 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러시아 1위 은행 스베르방크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계열사 가스프롬방크는 이번 스위프트 퇴출 명단에서 제외됐다. 두 은행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는 데 이용하는 주요 결제 창구다. EU 고위 관계자는 유로뉴스에 “이 같은 결정은 스위프트 금지의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VEB를 제외하면 이번에 퇴출된 6개 기관은 러시아 은행 시스템의 2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다만 미 백악관은 이날 러시아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석유 및 가스 추출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유 능력을 제약해 장기적으로 주요 에너지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격하시키려는 조치다.

미국은 러시아의 22개 국방 관련 기관도 제재 대상에 새롭게 올렸다. 전투기, 미사일, 무인항공기 제작 관련 업체 등에 대한 수출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러시아 국가 신용 정크 등급으로

AFP통신은 3일 피치와 무디스가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씩 강등해 이른바 ‘정크 등급’을 매겼다고 보도했다. 정크는 쓰레기·폐물이라는 뜻으로 국가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디폴트 상태의 국가에 부여되는 투기 등급을 뜻한다. 앞서 러시아를 투기 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포함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한 것이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제재로 러시아의 국가채무 상환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한 번에 6계단 강등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만 해도 1달러당 75루블 수준이었던 루블화 가치는 신용등급 강등 조치 후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섰다. JP모건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7억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러시아 국채 디폴트 가능성이 현저히 커졌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국제 금융지수에서도 퇴출됐다. 금융지수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러시아 주식을 자사 지수에서 퇴출한다고 이날 각각 발표했다. 러시아 증시는 오는 9일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제외되고, FTSE 러셀에선 7일부터 제외된다. MSCI는 압도적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러시아 증시를 ‘투자할 수 없는’ 곳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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