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철퇴” 유럽은 한목소리, 아시아는 제각각

김유진 기자

무기 의존 높은 인도·베트남

서방과 러 사이 낀 이스라엘

교역 규모 큰 인도네시아 등

모호한 태도로 러 제재 발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은 대러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세 축에서 완전히 일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도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고, 다국적기업들의 러시아 투자 철회는 물론 스포츠·문화·예술계와 소비자들까지 자발적인 러시아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악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푸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립돼 있다”고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일 국정연설대로 푸틴 정권이 국제적으로 고립됐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채택에 나란히 기권한 중국, 인도를 비롯해 미국이 공을 들여온 인도·태평양 지역 나라 상당수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모호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표면적인 ‘중립’을 취해온 중국은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에 처한 러시아 경제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권·영토 보존이라는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에 대놓고 지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푸틴의 뒷배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에 팔지 않는 가스를 중국이 전부 사들이는 식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와 오랜 우방 관계인 인도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하다. 인도는 무기 공급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카슈미르 분쟁 관련 결의안 등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인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국경 분쟁 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인도는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는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는 인도가 그동안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서 유지해온 아슬아슬한 균형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러시아를 자극하기 원치 않는다.

베트남은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대신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산 무기·항공기·잠수함을 대거 사들인 베트남으로서는 안보·경제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40% 이상 늘어난 인도네시아도 대러 제재 부과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태국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만을 냈다. 러시아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무상 지원받은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