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대 뉴스·인물

최희진, 김경학, 유희곤, 구교형, 조미덥, 김여란, 임아영, 선명수, 허남설 기자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뉴스를 장식했다. 국가와 시민이 갈등하고, 민주주의와 역사는 퇴행했다. 공포와 분노를 야기하며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사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사건도 잇달았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


■ 초여름 전국 발 묶은 메르스 공포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지친 의료진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지친 의료진

올여름 한국 사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짓눌렸다. 14번째 확진자(35)는 ‘슈퍼전파자’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5월15~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환자(68)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 감염됐지만, 당국의 격리관찰망에서 빠진 채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자신도 모르게 85명에게 메르스를 옮겼다. 국내 최고 의료기관이라던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최대 확산기지가 됐고, 확진자 186명 중 90명이 이 병원에서 나왔다. 당국의 허술한 방역과 병원들의 부주의, 위험한 병실문화가 겹쳐 한국은 메르스 발생 2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제 한파도 불러오고 끝내 확진자 38명이 사망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질됐으나 방역 주무기관인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문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 총리 낙마 시킨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

성완종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4월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자신으로부터 받은 3000만원을 회계 처리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6시부터 50분간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후 오후 3시32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해외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그는 이 전 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자신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정권 실세 8명의 리스트를 남겼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만들었지만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등 2명뿐이었다. 6명은 ‘혐의없음’ 또는 ‘공소권없음’ 처분을 받았다. ‘자금 세탁소’로 의심했던 서산장학재단의 수상한 돈도 10여년간 34만원에 그쳤다.

■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 유승민 축출

유승민

유승민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6월25일 국무회의 발언은 여권에 칼바람으로 몰아쳤다. ‘심판’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은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원조 친박’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57)였다. 박 대통령은 “여당 원내사령탑도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직격했다. 그러면서 유 전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해 국회를 통과시킨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의중에 따라 ‘국회법 재의’를 보이콧하고, 의원총회에서 자신들이 뽑은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7월8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말을 남기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 여론 무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

57명. 한국인을 100으로 잡았을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숫자(56.5%)다. 여론조사는 정부가 11월3일 국정화를 확정고시한 다음날 이뤄졌다. 찬성은 35.4%. 행정예고 한 달 만에 여론이 반대로 확 기운 것이다. 연세대 교수 13명 전원의 실명 선언으로 촉발된 역사학자 집필 거부엔 87개대 698명이 참여했고, 교사 2만1000여명과 대학생 4만2000여명도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어린 학생들도 거리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혼이 비정상”이라고 반대자를 매도하며 국정화를 강행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국정교과서 집필진도, 편찬심의위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는 조작·복사된 찬성 서명지가 ‘차떼기’로 전달되기도 했다. 국정화는 세계적 추세, 국민적 저항, 민주주의와 엇가는 ‘행정 독재’로 매김됐다.

■ 제1야당 분열 신호탄 안철수 탈당

안철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자인 안철수 의원(53)은 12월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통합하며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지 1년9개월 만이었다. 제1야당은 총선 4개월을 앞두고 분당 수순으로 들어갔다. 당내 혁신과 지도체제 구성을 두고 문재인 대표(62)와 갈등을 빚던 안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열자는 최후통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을 감행했다. 그는 “지금 야당은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며 “당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비주류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등이 안 의원에 이어 잇달아 당을 떠났다. 이로써 야권은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으로 갈려 선거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분열로 인한 총선 패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62년 만에 ‘수갑’ 벗은 간통죄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26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간통을 저지른 기혼자와 그와 상간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241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개인 성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간통죄가 만들어진 지 110년, 정부 수립 이후 형법에 담기게 된 지 62년 만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외도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기혼 여성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위자료 금액이 늘어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음에 따라 큰 혼란은 없었다. 지난 9일 형법 241조가 삭제된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간통죄는 온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공안광풍 촉발시킨 리퍼트 피습

흉기 피습을 당한 리퍼트 대사

흉기 피습을 당한 리퍼트 대사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2)가 지난 3월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진보성향 문화단체 대표 김기종씨(55)에게 습격을 당했다. 김씨는 강연을 준비 중이던 리퍼트 대사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25㎝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광대뼈부터 턱밑까지 길이 11㎝·깊이 3㎝의 자상을 입었다. 리퍼트 대사는 뺨을 80여 바늘 꿰매는 등 2시간30여분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 후 “한·미동맹 진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 같이 갑시다”라며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정부는 김씨의 배후 세력을 찾는다며 대대적인 공안 분위기를 조성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 문학권력의 자화상 신경숙 표절

신경숙

신경숙

지난 6월 소설가 이응준씨는 신경숙씨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일부를 베껴 자신의 소설 ‘전설’에 썼다는 사실을 허핑턴포스트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신씨와 문제의 ‘전설’이 포함된 책을 낸 출판사 창비가 이를 완전히 부인하면서 표절 논란은 한국 문단을 넘어 사회로 번졌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이들은 결과적으로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표절 시비는 대형 출판사와 작가, 비평가의 관계를 둘러싼 문학권력 논쟁으로 나아갔다. 상업주의·권위주의와 결탁한 비평,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 폐쇄적인 등단 절차 등 한국 문단의 각종 요소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성찰과 대안에 관한 논의, 관행적인 문학상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들이 조명받았다. 문단에서는 문학 표절에 대한 미학적 논의와 문학권력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29년 만에 ‘소요죄’ 몰린 한상균

한상균

한상균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아닙니다.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53)이 경찰 출두 전 밝힌 말이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와 5월 총파업 등에서 발생한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한 위원장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후 ‘소요죄’를 추가했다. 집회·시위에 소요죄가 적용된 것은 전두환 정권 때 발생한 5·3사태 이후 29년 만으로 5·18민주화운동에서도 적용된 전례가 있다. 한 위원장은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69)는 한 달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백씨 가족은 강신명 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올해도 복고 열풍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올해도 복고는 통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5인방’이 그 주인공이다. 이전까지 1990년대를 다뤘던 복고 정서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갔다. <응답하라 1988>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살았던 다섯 친구를 중심으로, 정치·경제·문화적 사건이 풍성했던 ‘1988년’을 불러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그해는 금리 15%도 낮다고 여겼던 고도성장기였다. 대학생들은 1987년 이후 군부독재 잔재에 여전히 저항했다. 가수 신해철이 혜성처럼 등장했고, 청소년들은 홍콩영화를 즐겼다. 그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사람들은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살며 개인화·파편화됐다. 이웃과 부대끼며 살던 1988년 골목의 아날로그 풍경이 메마른 현대인의 정서를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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