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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팀이 새로운 시선과 시도로 완성된 콘텐츠를 ‘플랫pick’으로 추천합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담은 영상과 서적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pick’은 <#위왓치유>입니다.



인형의 집, 알록달록한 가구, 검은 새 그림이 놓인 소녀의 방이 보인다. 온라인 계정에는 친구들과 웃으며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이 올라가 있다. 앳된 표정의 소녀들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즐겁고 아름다운 일들만 일어날 것 같다.

하지만 지난 3일 개봉한 <#위왓치유>의 장르는 ‘호러’라고 해도 무방하다. 중반 이후에는 보고 있기가 괴로울 정도다.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앳되 보이는 20대 여배우 3명을 캐스팅했다. 세트장에는 12세 소녀에게 어울릴 법한 방 3개가 꾸며졌다. 제작진은 이들 세 여배우를 12세 소녀로 설정한 가짜 온라인 계정을 만들었다. 세 여배우는 12세 소녀인 척 하며 10일간 랜덤 채팅에 응했다. 배우들이 먼저 상대방에게 말을 걸거나 성적 유혹을 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제작진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촬영했다.

영화  <#위왓치유>의 제작진은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앳되 보이는 20대 여배우 3명을 캐스팅했다. 제작진은 세 여배우를 12세 소녀로 설정한 가짜 온라인 계정을 만들었다. 10대 소녀에게 도움될 인생 조언을 하거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남자는 없었다. 때로 은밀하거나 때로 노골적이고, 때로 점진적이거나 때로 서두른다 해도, 이들 남성의 궁극적 목적은 대체로 성(性)이었다. 찬란 제공

영화 <#위왓치유>의 제작진은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앳되 보이는 20대 여배우 3명을 캐스팅했다. 제작진은 세 여배우를 12세 소녀로 설정한 가짜 온라인 계정을 만들었다. 10대 소녀에게 도움될 인생 조언을 하거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남자는 없었다. 때로 은밀하거나 때로 노골적이고, 때로 점진적이거나 때로 서두른다 해도, 이들 남성의 궁극적 목적은 대체로 성(性)이었다. 찬란 제공

10대 소녀에게 도움될 인생 조언을 하거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남자는 없었다. 때로 은밀하거나 때로 노골적이고, 때로 점진적이거나 때로 서두른다 해도, 이들 남성의 궁극적 목적은 대체로 성(性)이었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고 다짜고짜 바지를 내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스크린에는 남성 성기가 가득 나온다. 모자이크를 했지만 충격적이다. 너무 여러 번 성기가 등장해 마음 속으로 ‘이제 그만’하고 몇 번이나 말했다.

많은 남자들이 꽤나 집요하다. 몸을 보여달라, 사진을 보내달라, 내가 몸 안의 정액을 내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 어쩌다 소녀의 사진을 받으면 온라인에 퍼트리겠다, 부모님께 보내겠다 하면서 협박한다. 대부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스태프 중 한 명은 화면 건너편 남자를 보면서 놀란다. “내가 아는 사람 같아요.”

계정이 열리자마자 2시간만에 83명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열흘간 연락한 이는 2458명에 달했다. 찬란 제공

계정이 열리자마자 2시간만에 83명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열흘간 연락한 이는 2458명에 달했다. 찬란 제공

계정이 열리자마자 2시간만에 83명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열흘간 연락한 이는 2458명에 달했다. 연령대는 23~63세, 국적 역시 다앙했다. 문자나 화상으로 채팅했고,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연락해오는 남성이 너무 많아 배우들이 일일이 답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제작진은 이중 21명을 약속장소로 불러내 직접 촬영했다. 주위에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한 남자는 성적 제안을 하면서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선택은 네가 해라”고 말한다. 12세 소녀가 돈과 성을 맞바꾸겠다는 선택이 자유의지의 발로라고 믿는다는 건가. 제작진은 학자, 변호사의 자문 아래 촬영했고, 촬영 이후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

체코의 다큐멘터리지만, 체코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당장 한국에서도 n번방 사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10대 성착취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다.

<#위왓치유>는 체코의 다큐멘터리지만, 체코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당장 한국에서도 n번방 사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10대 성착취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다. 찬란 제공

<#위왓치유>는 체코의 다큐멘터리지만, 체코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당장 한국에서도 n번방 사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10대 성착취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다. 찬란 제공

원제는 ‘Caught in the net’, ‘온라인에 붙잡히다’는 뜻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상영됐을 때는 <성범죄자를 잡아라>라는 제목이 붙었다. 개봉 제목은 ‘지켜보고 있다’는 뜻의 <#위왓치유>라고 붙였다. 영화 제목을 캠페인처럼 붙일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라는 뜻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허수아비에는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실제 형사들이 그렇게 써둔 것을 따왔다. 박찬욱 감독은 이 문구를 제목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범인을 잡아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고픈 형사와 영화인의 마음이 통했는지, <살인의 추억> 개봉 이후 16년만에 화성사건의 진범이 특정됐다. ‘지켜보고 있다’는 제목 역시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가닿았으면 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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