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사유 1위, 3년 전엔 “결혼”…코로나 이후론 “육아”가 최다

유선희 기자

여성고용률 점진적 증가 추세지만

30대 중후반 고용률은 되레 하락

“코로나로 ‘돌봄의 취약’ 드러나”

경력단절 사유 1위, 3년 전엔 “결혼”…코로나 이후론 “육아”가 최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36)는 8년 동안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과외 일을 완전히 그만두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출산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심해지면서 일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하면서다. 김씨는 “올해는 학원을 차려야겠다는 계획으로 자리도 알아보고 소상공인 창업대출도 알아봤는데 코로나19가 너무 심해지면서 계획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씨의 남편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지점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어 인력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괜히 육아휴직을 썼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를 낳고도 일을 접을 생각을 한 적이 없어 결심하기까지 많이 힘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우울해져 계속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여성들이 돌봄을 전담하게 되면서 본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42.5%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이유로 육아가 40%를 넘어선 것은 2020년이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 수치는 더 늘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43.2%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경력단절 사유는 3년 전만 해도 결혼이 1순위였다. 2014년 38.5%가 결혼, 29.2%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둬 경력이 단절됐다고 응답했는데, 점차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비율이 높아졌다. 2019년 경력단절 사유로 육아(38.2%)가 결혼(30.7%)을 앞질렀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지면서 10명 중 4명이 넘는 응답자가 육아로 일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여성고용률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 등 이유로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이 빠지면서 만들어진 ‘M자 커브’도 10년 새 다시 넓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중후반 여성고용률과 30대 중후반 여성고용률 간 감소폭은 조금씩 좁혀졌는데, 2021년 다시 넓어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사회진출이 높은 20대 중후반 여성고용률은 2012년 67.9%, 2015년 68.5%, 2018년 70.9%, 2021년 70.9%로 나타났다. 출산과 육아 등을 경험하는 30대 중후반 고용률은 같은 기간 54.3%, 54.2%, 59.2%, 57.5%로 떨어졌다. 이 기간 두 연령대의 여성고용률 감소폭은 2012년 13.6%포인트에서 2018년 11.7%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2021년 13.4%포인트로 다시 벌어지면서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고용률이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속도는 더 더뎌졌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40대 중후반에 고용률을 회복한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50대 초중반이 돼서야 일부 반등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들의 근로환경은 임신·육아와 관련이 큰데,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는 육아휴직을 쓸 수 없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며 “육아휴직을 낼 수 있어도 돌봄이 안 되는 경우 일터로 복귀할 수 없는데 코로나19가 이 같은 ‘돌봄의 취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터진 그해는 모든 연령대가 타격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난 후에도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특히 고용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돌봄 위기상황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맞돌봄 정책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사회적 투자와 함께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등에 정부 역량이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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