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FALSE…10년 전 이미 틀린 말 증명

조형국·이수민 기자

대선 투표율로 본 ‘정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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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엄희삼 기자

서울선 18대부터 앞선 여성 투표율
19세와 20대 여성 가장 적극적

지난달 3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1년 서울시 성인지 통계’를 보면 “정치 참여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투표율(68.5%)이 남성(67.6%)보다 다소 높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투표와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라는 취지다. 서울은 언제부터 그랬을까. 다른 지역은 어떨까. 무엇보다 왜 여성의 투표가 남성을 앞서는 것일까.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여성의날을 맞아 17~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행사된 ‘여성들의 표’를 분석하고 이 질문의 답을 모색했다. 분석 결과,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깨온 이들은 20대 여성들이었다.

다이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7~19대 대선 투표율 분석 데이터를 여성들의 표 분석에 활용했다. 투표율 분석은 전체 선거인 수의 약 10%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표본조사로 19대 대선에서는 436만4417명(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0.05%포인트)이 무작위 추출·조사됐다.

서울의 여성들은 투표에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지른 것은 이미 10년 전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서울 지역의 여성 투표율은 62.89%로 남성 투표율(62.90%)에 비해 0.01%포인트 낮았다. 그러나 5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부터 여성 투표율 우위가 굳어졌다. 여성 투표율(75.10%)은 1.29%포인트로 남성 투표율(73.81%)을 넘어선 후 19대 대선에서 그 격차를 1.65%포인트로 유지했다. 변화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났다. 17대 대선에서 서울 25개 구 중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보다 높은 지역은 14곳이었는데 이는 18·19대 대선에서 22곳으로 늘어났다. 18대는 중구(4.01%포인트)·강북구·광진구에서, 19대 대선은 영등포구(4.86%포인트)·중구·강북구에서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크게 앞섰다.

이는 서울만의 얘기가 아니다. 여성은 전국에서 남성의 투표율을 제치고 있다. 17대 대선 시·도 16곳 중 4곳에서 여성의 투표율이 높았는데, 이는 19대 대선에서 17곳 중 10곳으로 늘어났다. 19대 대선에서 여성 투표율이 높은 시·도는 대구(2.61%포인트)였고, 부산(2.10%포인트), 인천(2.04%포인트), 광주(1.70%포인트) 순이었다. 거꾸로 남성 투표율이 높은 곳은 충남(1.78%포인트), 강원(1.30%포인트), 세종(0.08%포인트) 순이었다.

세부적으로는 17대 대선에서 전체 248곳 시·군·구 중 99곳이 여성 우위, 149곳이 남성 우위였다. 18대 대선에서는 여성 179곳, 남성 72곳(전체 251곳)이었고 19대 대선은 여성 146곳, 남성 104곳(전체 250곳)이었다. ‘남성이 더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었던 것이다.

전체 여성 투표자가 전체 남성 투표자보다 많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선 인구 구조상 선거인 수부터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데다, 투표율까지 높기 때문이다. 10% 표본조사 추정치로도 여성 투표자가 남성 투표자에 비해 많았다. 17대 대선 투표자는 남성이 약 120만7000명, 여성이 약 124만명이었는데 19대에서는 남성이 약 165만명, 여성은 약 170만명이었다.

변화는 19세와 20대 여성이 주도했다. 17대 대선과 19대 대선의 연령대별 여성-남성 투표율 격차를 분석한 결과다. 19세 투표자의 경우 17대 대선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2.11%포인트 높았지만, 19대 대선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6.09%포인트 높았다. 20대 투표율도 17대에서는 남성이 0.93%포인트 높았지만, 19대에서는 여성이 5.73%포인트 높았다. 이들 두 연령대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 투표율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30~50대는 원래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보다 높았던 경향을 유지했고, 60세 이상 고령층 여성 투표율은 남성 투표율보다 낮은 경향을 이어갔다. 30대 이후 연령대 투표율 추이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19세와 20대에서는 큰 폭의 증가가 확인됐다. 이들 연령대의 투표 참여가 전체 여성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사 결과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젊은 여성은 정치 참여에 소극적이다’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충분한 영향력을 가진 유권자 집단이었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은 전체 성별·연령대별 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적극적 투표 참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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