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7일 만에…돌아온 일상, 되찾은 밤

윤기은·박하얀·유경선·김정훈 기자

거리 두기 해제 첫날, 한밤 인파

“창업 후 2년 만에 첫 전체 회식”

식당 주인 “손님 크게 늘진 않아”

<b>홍대 앞도 북적북적</b>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가 757일 만에 전면 해제된 18일 오후 서울 홍대 앞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홍대 앞도 북적북적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가 757일 만에 전면 해제된 18일 오후 서울 홍대 앞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2년차 스타트업입니다. 창립 이래 첫 전체 회식을 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 두기 조치가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시민들의 일상도 180도 달라졌다.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골목길은 밤늦게까지 붐볐고, 서빙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6시를 넘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는 저녁 약속이나 회식 참석차 나온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대학생 김예율씨(20)는 “입학하고 나서 술자리 제한이 많았는데 이제 밤새 술도 마시고 카페에서 공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먹자골목 음식점들에는 대기줄이 늘어섰다. 한 맥줏집에는 고깔모자를 쓰고 생일파티를 하는 일행이 앉아 있었고, 자리가 다 찬 음식점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손님들에게 전화로 안내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뤄룬 회식 계획을 잡는 회사들도 눈에 띄었다. 2년차 스타트업 직원이라는 정단비씨(29)는 “오는 25일 창립 이래 첫 전체 회식이 잡혔다”고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이직했다는 직장인 송모씨는 3년 만의 직장 회식을 앞두고 있다. 송씨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조금 더 크다”고 했다. 오후 8시를 넘긴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포장마차 거리에서도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2차’를 외치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여간 저녁 또는 회식 문화가 배달음식 등으로 바뀐 탓에 일부 지역은 아직 ‘일상의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식당 주인 A씨(56)는 “거리 두기가 완전히 풀렸는데도 부분적으로 해제한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 주인 B씨(53)도 “물가·인건비가 오른 만큼 식비도 인상돼 외식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적모임을 조심하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직장인 C씨(34)는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고는 하지만 가족 건강을 위해 코로나19 감염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 이후 영업 재개’ 업소 일부는 구인난 겪기도

일부 자영업자는 일상회복을 반기면서도 물가 인상을 우려했다. 전북 전주에서 백반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수빈씨(62)는 “거리 두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손실보상도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요즘 물가를 보면 겁이 난다”면서 “밥값을 조금이라도 올려야 하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호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까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카페, PC방 등 자정 이후 영업을 재개하는 사업장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렸다. 중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씨는 지난 7일 평일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 일하는 야간 아르바이트 공고를 냈지만 이날까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그는 “동대문 의류시장에 오가는 손님들이 새벽에 몰린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18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4)도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려고 했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당분간 자정 무렵까지만 가게를 열 계획”이라며 “최소 직원 10명은 있어야 하지만 지금 4~5명만 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간당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높은 금액을 시급으로 제시하는 가게들도 많았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야간 알바’를 검색해보니 시급 1만원 이상을 제안한 서울 식당과 술집이 수십 곳에 달했다. 시급 1만5000원 이상을 제안한 곳도 8곳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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