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나무 뽑히고 보트 날아들고…남부지방·서울 등 ‘휴교’

권기정·박미라·김정훈·김태훈 기자
<b>쓰러진 거목</b>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으로 5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한 주택의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쓰러진 거목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풍으로 5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한 주택의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항공·여객선 운항 모두 중단
강풍에 제주 정전도 잇따라

부산 해운대는 ‘빌딩풍’ 우려
경남·전남 등 주민들 대피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5일 오후 6시 현재 제주에서 주택 8채와 상가 3곳, 차량 1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전국 국립공원 22개는 모두 통제됐다고 설명했다. 항공편은 56편 결항됐고 여객선은 72개 항로에서 99척이 움직이지 못했다. 남부지방과 서울의 각급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육상과 해상 전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제주에서는 이날 운전 중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의 폭우와 우산을 들고 걷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106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6시30분쯤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대형 가림막이 강풍에 넘어지면서 소방당국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안전조치를 했다. 오후 6시51분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공터에 세워둔 보트가 도로에 날아들었다. 낮 12시7분쯤에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주택 인근에 있던 나무가 지붕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귀포시 중문동 한 도로의 가로수가 쓰러졌다. 강한 비바람으로 정전 사고도 잇따랐다. 오후 7시17분 제주시 일도2동을 시작으로 오후 9시 현재 888가구가 정전됐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제주를 덮치면서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은 모두 중단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제주공항과 다른 지역을 오가는 항공기 전편을 결항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중 운항 예정이었던 142편 중에서도 36편은 바람으로 인해 운항하지 못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9개 항로 여객선 12척도 모두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지역 항·포구에는 어선 2000여척이 대피한 상태다. 한라산 탐방로는 지난 2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심야버스 운행까지 중단되면서 이날 제주도심 거리는 인적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해수욕장 등 해안가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며 힌남노의 육지 상륙을 예고했다. 시민들은 뉴스 속보를 지켜보며 온종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시는 이날까지 145가구 198명에 대해 대피명령을 내리고, 132가구 132명에 대해서는 대피를 권고했다. 이들은 인근 호텔과 모텔,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으며, 일부는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특히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해운대 바닷가는 ‘빌딩풍’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빌딩풍은 초고층 건물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며 위력이 강해지는 바람이다. 주변보다 2배 이상 강도로 돌풍이 불고, 깨진 유리 등으로 2차 피해를 일으킨다. 실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유리창 파손 피해를 봤다. 해운대 미포항 상인들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이후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태풍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창원시 수산물시장(마산어시장) 상인들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평소보다 일찍 상가 문을 닫는 등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어시장 앞에는 높이 2m, 길이 200m짜리 인공 방제언덕이 세워졌다. 창원시는 저지대에 있어 침수 위험이 있거나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 156명에게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주민들이 인근 행정복지센터, 경로당, 마을회관, 학교 등 지정 대피장소 54곳으로 대피했다.

전남도는 구례와 보성, 함평 등 산사태 우려 지역의 주민 2393명을 대피시켰다. 또 집중호우에 대비해 5개 시·군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17가구도 긴급 대피하도록 했다. 전남지역 항구에는 이날 어선 2만7000여척이 태풍을 피해 정박했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각급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서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날 휴업에 들어간 학교는 제주 28개교, 울산 14개교 등 62개교다.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는 제주 282개교, 경남 148개교, 부산 78개교 등 548개교로 집계됐다.

제주에서는 모든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을 해 등교수업이 중단됐다. 6일에도 제주의 모든 학교는 휴업 또는 원격수업을 할 예정이다. 부산과 경남, 울산의 모든 학교도 등교수업을 중단한다. 대구와 경북 역시 6일에는 모든 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학생과 교직원의 등교를 전면 중단한다.

서울도 6일 유치원과 초·중교에서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등교를 결정한다. 인천, 대전, 세종, 경기, 강원, 충남, 충북은 학교장 재량으로 6일 등교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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