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지원금은 소식 없고…추석 대목에 태풍이 웬 말이냐”

유경선·강연주 기자

울상 짓는 시장 상인들

<b>손님 없고</b>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한 상인이 지난달 폭우 피해를 본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손님 없고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한 상인이 지난달 폭우 피해를 본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b>점포 닫고</b>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 직원들이 태풍에 대비해 출입문을 보강하고 있다. 부산 | 권도현 기자

점포 닫고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 직원들이 태풍에 대비해 출입문을 보강하고 있다. 부산 | 권도현 기자

8월 폭우로 점포 물에 잠겼던
서울 남성사계·성대전통시장
정부 최대 400만원 지급 약속
실제로 받은 상인 거의 없어
“정부서 와닿는 지원 못 받아”

전국이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든 5일, 추석 대목을 앞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과 성대전통시장 상인들 얼굴에는 수심이 한가득이었다.

지난달 8일 집중호우로 큰 수해를 입고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의 지원은 더디고 태풍이라는 불청객까지 찾아온 탓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남성사계시장에는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이 여럿 보였다. 수해 피해를 입은 지 약 한 달 만에 찾은 활기였다. 이재열 상인회장은 “상인들이 다시 문을 연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수해 피해를 복구한 지 어제오늘밖에 안 된 가게들이 많다”며 “지하에 위치한 가게들 가운데 아직도 영업 재개를 못한 곳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시장 초입에는 두둑한 모래주머니가 놓여 있었다. 태풍 힌남노의 강풍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었다. 상인들은 8월 수해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륙한 ‘역대급’ 태풍 소식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해 피해가 재연될까 불안해했다. 한 상인은 “지난달 물이 허리춤까지 찼다. 내부를 싹 다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12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유정일씨(51)는 “추석 대목 앞이지만 비가 와서 손님이 없다”며 “태풍이 온다고 하니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집기류들을 잘 동여매놨다”고 전했다.

22년째 방앗간을 운영 중인 이효창씨(65)는 “구청에서 물이 차기 시작하면 가게 문 앞에 차수판을 끼울 수 있는 ‘물마개’를 지원해줬는데, 수압을 못 이겨 하수구가 역류하기 시작하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성대전통시장 상인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16년째 정육점을 하는 송봉규씨(51)는 “전반적인 경기가 안 그래도 나쁘다”며 “수해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년째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66)는 “예전에는 명절을 앞두고 속옷 선물도 많았는데, 지금은 경기도 안 좋고 정육이나 과일 세트에 더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남성사계시장과 성대전통시장은 지난달 집중호우로 각각 점포 수십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진열대와 창고 안 상품들은 물에 젖거나 진흙 범벅이 됐고, 냉장·냉동고 등 기계 설비는 교체해야 했다.

동작구 일대는 지난 1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수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지자체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200만원과 중앙정부가 주는 200만원을 합해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피해 가구에 대해 추석 전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사계시장이나 성대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아직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달하는 수해 복구 비용은 고스란히 상인들이 감당하고 있다.

성대전통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성준씨(42)는 수족관과 냉장고 등을 교체하는 데만 30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이씨는 “정부로부터 와닿는 지원을 받은 게 없다. 체감하는 게 있어야 평가를 할 텐데, 모든 게 미흡하다”고 말했다. 송봉규씨도 “정부 지원에 대해 마음을 비우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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