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폭탄이 터지고 있다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지난 2월20일 지중해와 맞닿은 그리스 서부 코르푸섬 해안에 몸길이 6m, 무게 3t에 달하는 민부리고래 두 마리가 떠밀려왔다. 이튿날 같은 종 한 마리가 근처 해변에서 발견됐다. 모두 건장한 성체였다. 수심 3000m 가까이 잠수하는 고래 세 마리가 동시에 해안에 좌초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김연식 그린피스 활동가

마침, 섬 근처 이오니아해에서는 석유기업의 조사선이 탄성파를 쏘며 해저 지질을 조사하고 있었다. 탄성파 조사는 해저 유전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배에서 10초마다 쏜 음파가 최대 3000m 해저에 부딪혀 돌아오면 신호를 분석해 지층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멀리 퍼지는 낮고 강한 음파를 만들기 위해 3000기압에 달하는 초고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데, 이렇게 쏘는 음파의 크기는 250㏈에 달하고 5㎞ 밖에서도 들린다. 제트기 소음이 130㏈이란다. 250㏈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안 된다.

고래나 돌고래, 거북이 같은 바다생물 입장에 서 보자. 이건 10초에 한 번, 1분에 여섯 번, 한 시간에 360번, 하루에 8640번 머리맡에 폭탄을 터뜨리는 셈이다. 100㏈만 넘어도 난청이 생긴다는데, 고래의 귀가 먹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여럿이 무리 지어 먹이를 찾고 새끼를 기르는 고래는 음파로 대화한다. 10초에 한 번씩 250㏈ 공기폭탄이 터지는 와중에 과연 고래들은 서로 대화할 수 있을까? 새끼를 밴 고래는 또 어떤 영향을 받을까?

코르푸섬 해변에 드러누운 고래를 발견한 그린피스와 세계자연기금 등 이 지역 열다섯 환경단체는 탄성파 조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리스 환경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조사선을 물렸다. 지난 3월15일 유럽연합 의회에는 탄성파 조사에 대한 항의성 질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해양동물 개체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중요 해양포유류 서식 구역’으로 지정된 이오니아해는 탄성파 조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디 지중해뿐인가. 전 세계 바다는 탄성파 조사선의 폭발음으로 가득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현재 세 곳에서 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몇 달째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케이프타운에서 이어졌고, 다국적 석유기업 셸과 지역 환경단체의 다툼은 법정으로 번졌다. 아르헨티나도 같은 장면. 올 초부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석유기업 에퀴노르의 탄성파 조사에 반대하는 시위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북극에서, 그린란드에서, 멕시코만에서, 석유가 있을 법하면 일단 탄성파 조사다. 거기 사는 해양생물들은 고려가 없다.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는 사실 이렇게 유전을 찾는 단계에서부터 채굴, 운반, 가공, 사용까지 모든 과정이 파괴와 오염을 동반한다. 특히 해양 탄성파 조사는 수많은 바다생물의 죽음을 부른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고,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에너지를 하루빨리 몰아내려 노력하는 마당에 석유기업들은 올해도 부지런히 바다로 뻗어 나가 공기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해양포유류 세 종 가운데 하나가 멸종위기다. 이대로라면 인류는 곁에 있는 생명체는 멸종시키면서 지구 밖 다른 생명체를 애타게 찾아 헤매는 가엾은 존재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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